“무례하고 몰상식한 행위”…대립 장기화할 듯
“무례한 어조로 대통령 폄훼, 몰상식한 행위”“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 감내하지 않을 것”
줄곧 대북 유화책 유지했지만 北 되레 공세
비공개 원칙인 ‘대북특사’ 왜곡하자 ‘격앙’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6.15 도준석 기자pado@seoul.co.kr
그동안 북한의 막말을 무릅쓰고 줄곧 대북 협력을 내세워 ‘러브콜’을 보냈지만, 북한이 오히려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이며 여론이 크게 악화하자 대북 강경책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김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과 관련해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고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은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런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감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윤 수석은 특히 “북측은 또 우리 측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던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며 대북특사 파견 제안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에도 도움 안 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1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왼쪽), 김태년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2020.6.16 연합뉴스
김태년 원내대표는 “남북 정상간 합의를 깨뜨리고,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는 북한의 명백한 도발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북측이 책임져야 함을 분명히 말한다”고 경고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그동안 북한의 잇따른 대남 비난에 최대한 자제해왔지만 국가원수까지 모독하는 북한의 비이성적 행태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강경 대응으로 대응 기조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공개를 요구했던 대북특사와 관련해 정상국가로서의 외교적 원칙까지 훼손해가며 조롱하는 모습을 보이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집권자가 ‘위기극복용’ 특사파견 놀음에 단단히 재미를 붙이고 걸핏하면 황당무계한 제안을 들이미는데 이제 더는 그것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남북이 소통과 협력으로 직면한 난제를 풀어가자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김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철면피한 궤변”이라며 문 대통령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언사를 계속했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엄숙한 약속’, ‘흔들려서는 안될 확고한 원칙’이라고 규정했지만, 북한은 전날 판문점선언의 결실을 상징하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의 발언까지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로 폄훼했다.
폭파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2020.6.1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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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크게 변화하면서 대립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화를 통한 교류·협력이라는 큰 틀은 변화가 없겠지만 추가적인 도발을 할 경우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방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사실상 9·19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한 데 대해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