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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화장품의 불편한 진실

줄기세포 화장품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0-02-21 00:00
업데이트 2010-02-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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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년간 ‘줄기세포 화장품’을 표방하는 제품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뛰어난 효능을 강조하며 비싼 값에 팔리는 이들 화장품이 뛰어난 효능을 갖고 있으리라고 기대를 하지만 보건당국의 설명은 다르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각 업체가 내세우는 ‘줄기세포 성분’이라는 원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은 적이 없다. 안전성 관리 부실 논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줄기세포 화장품’ 명칭은 마케팅용일뿐”

현재 시중에는 줄기세포 화장품을 표방한 브랜드 10~15종이 유통 중이다.줄기세포 화장품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그 개념이 불분명하고 업체별로 제품의 성격에 차이가 있다.

우선 줄기세포 화장품은 명칭과 달리 줄기세포가 들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물세포는 그 자체로 피부에서 활성을 나타낼 수 없고 크기가 커서 피부에 바르더라도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성체줄기세포를 그대로 쓸 경우 발효나 부패가 더 빠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방부제 처리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중에서 줄기세포 화장품이라 불리는 제품은 대부분 지방조직에서 얻은 세포 혼합물을 배양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배지(배양액)를 원료로 쓴다.

이 배양액에는 콜라겐 등의 합성을 촉진하는 각종 성장인자(단백질)가 들어 있어 피부 항노화 작용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바이오벤처기업 또는 의료기관이 개발.판매하는 줄기세포 화장품의 대부분이 이 부류에 속한다.

줄기세포를 배양하지 않고 생명공학기술로 제조한 유효 단백질을 쓴 제품도 있다.

LG생활건강은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분화된 세포가 만들어 내는 피부 활성 단백질을 찾아낸 후, 미생물 배양 기술로 활성 단백질을 제조하고, 이를 원료로 줄기세포 화장품 ‘오휘 더퍼스트’를 개발했다.

오휘 더퍼스트에는 줄기세포나 줄기세포 배양액이 쓰이지 않았지만 회사는 줄기세포 화장품을 표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안전성 논란을 의식해 아예 식물성분을 원료로 한 ‘아이오페 플랜트스템셀’을 내놨다. 일반적으로 줄기세포가 배아 또는 성체 줄기세포를 가리키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줄기세포 화장품과는 차이가 크다.

◇”줄기세포 원료, 효능 인정 못받아”

식약청 화장품정책과 관계자는 “줄기세포 화장품이 어떤 것이라는 공식적인 정의는 없다”며 “업계가 줄기세포를 내세워 마케팅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 화장품 업체들은 항노화 효능을 강조하지만 줄기세포 또는 줄기세포 배양액 원료 중 식약청의 기능성 인정을 받은 원료는 1건도 없다.

줄기세포 배양액 원료로 주름개선이나 미백, 자외선 차단 같은 기능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한 업체도 전혀 없다.

다만, 기존에 기능성이 입증된 아데노신이나 레티놀 같은 원료를 추가함으로써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된 제품은 있지만 이 경우 줄기세포 성분의 기능성이 아니라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식약청 화장품심사과 관계자는 “줄기세포 배양액 속 물질에 항노화작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특정한 효능.효과를 실험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한 제품은 없다”며 “현재 유통 중인 줄기세포 화장품 광고들이 기능성을 과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전성 논란도 해소 안 돼”

기능성 입증 외에 줄기세포 화장품의 약점은 안전성 논란이다.

줄기세포 배양액은 지방 흡입으로 얻은 조직에서 분리한 세포로부터 얻는다.

최근 성형외과에서 지방줄기세포 이식술을 받은 환자에게 감염이 발생, 심각한 합병증에 시달리는 사례들이 보도를 통해 소개됐다. 지방조직을 채취하고 세포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미생물 오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사례는 이들 병의원이 자체적으로 지방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하는 과정에서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줄기세포 화장품의 경우도 지방조직을 제공한 사람이 에이즈나 매독, 간염 같은 병원균에 감염된 경우 배양액이 오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세포 이식과 달리 피부에 바르는 제품이어서 감염 위험은 낮지만 점막이나 입을 통해 병원체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이 줄기세포 배양액을 사용하지 않는 데는 안전성 논란도 작용했다.

바이오벤처 업계도 이러한 가능성을 인식하고 조직 제공자나 배양액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업체에 따라 안전관리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식약청도 안전성 논란을 인식,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식약청 화장품정책과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줄기세포 배양액을 원료로 쓰는 화장품의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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