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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교 순찰강화 시늉만…

등하교 순찰강화 시늉만…

입력 2010-03-25 00:00
업데이트 2010-03-2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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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실적 도움 안되고 인력부족”… 치안사각 방치

“지시는 나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강희락 경찰청장이 지난 17일 아동 성폭력 발본색원을 위해 등하굣길에 경찰기공대를 투입,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직후 일선 경찰의 반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의 ‘등·하교 순찰강화’ 대책은 경찰총수의 의도와 달리 실적 악화를 우려한 현장 경찰의 무관심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겉돌고 있었다. 조두순·김길태 사건 등을 계기로 학교 앞 치안공백을 없애겠다고 ‘시늉’만 하고 있을 뿐 실효성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2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 시내 31곳의 경찰서에 ‘등·하교 치안강화대책’이 하달됐다. 초·중·고생 등교 시간인 오전 7시30분∼8시30분과 하교 시간인 오후 3∼6시 사이에 학교 앞 순찰을 강화하라는 특별지시였다. 특히 여성청소년계 형사와 각 지구대 경찰관을 총동원해 순찰 및 범죄예방에 나서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시는 현실과 거리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 제 시간에 순찰을 돌 인력과 차량이 부족한 데다 ‘실적’에 도움이 안 된다며 순찰에 소극적인 경찰관들이 상당수였다. 서울 강북의 A경찰서 여청계 소속 이모 경사는 “학교 앞에서 순찰을 돌면 뭘로 성과를 올릴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 경사가 소속된 부서는 이날 팀장과 휴가자를 제외한 인원이 4명이고, 훈련자를 뺀 2명이 모든 수사를 맡고 있어 학교 앞 순찰 여력이 없었다. 순찰을 돌아도 ‘수박 겉핥기식’이 많았다. 단순히 순찰차를 몰고 학교 앞 도로를 운행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심지어 강북구의 B지구대는 6명의 지구대원과 3대의 순찰차를 동원해 초등학교 3곳의 등·하교 순찰을 돌고 있었지만 인근의 중학교와 여고는 순찰라인에서 배제했다.

성북구의 C지구대는 팀원 10명 가운데 업무를 맡지 않은 3명의 인력이 5개 초등학교와 2개 중학교를 담당했고, 고등학교 1곳은 순찰 구역에 넣지 않았다.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앞은 하교 시간 2시간이 넘도록 경찰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순찰차 1대가 학교 앞을 지나쳐 가는 게 고작이었다. 인근 경찰서 지구대 팀장은 “관내에 수십개 학교가 있는데 무슨 수로 골목길까지 살펴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강남 지역 일부 경찰서의 경우 ‘아동지킴이’와 팀을 꾸려 하교 시간대뿐만 아니라 저녁 취약시간대 골목길을 집중적으로 순찰하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정경희(41·여)씨는 “어린 학생들이 학교 후문, 주차장, 인근 골목길 등에서 돈을 뺏기는 등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찰이 순찰을 더욱 꼼꼼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현용기자 신진호 수습기자 junghy77@seoul.co.kr
2010-03-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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