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정체가 뭐야…구급차 둔갑 영구차 ‘질주’

정체가 뭐야…구급차 둔갑 영구차 ‘질주’

입력 2010-03-25 00:00
업데이트 2010-03-25 06:0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긴급상황 구급차 운행 불신 우려…관리 책임 불분명

상조회사나 사설 장례식장의 구급차형 영구차가 구급차 행세를 하는 바람에 합법적인 구급차 운전자들이 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료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부실한 ‘깡통 구급차’에 이어 무늬만 구급차인 상조회사 차량이 늘어나자 구급차에 차로를 양보해야 할 일반 차량 운전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의사의 사망진단서도 없이 사고 현장의 시신을 영구차가 수습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10여 년 경력의 구급차 운전자 이모(40)씨는 25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일하는데 구급차를 흉내 낸 다른 업체 차량이 경광등을 켜고 다니는 것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취재진이 앞서 24일 서울 곳곳의 중·대형 병원 주차장과 장례식장 부근을 무작위로 방문했을 때도 무늬만 구급차인 차량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흰색 승합차에 경광등을 달고 차 옆면에는 ‘응급환자’ ‘환자이송’ 등 문구와 초록색 십자 마크 스티커가 붙어 있어 실제 구급차와 외형상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차량 내부에는 간이침대 등 시신이나 관을 옮기기 위한 장비가 있을 뿐 환자 치료·이송을 위한 장비는 갖춰져 있지 않았다.

 등록 차량 관리를 맡은 구청에 확인한 결과,이들 차량의 정체는 그야말로 가지각색이었다.

 병원에서 구급용으로 운용하던 차량을 개인이 명의만 변경해 외양은 그대로인 채 내부만 바꿔 쓰는 일도 있었고,장의업체가 구급차로 등록된 차량을 쓰는 사례도 있는 등 편법과 불법 이용 사례가 뒤섞여 있었다.

 구급차를 구조변경하고 운구전용 영업 차량으로 신고한 합법적인 차량도 경광등을 여전히 다는 등 외양은 구급차와 다르지 않았다.

 이 차량 운전자 중 한 명은 “시신을 빨리 인도해야 하는데 그냥 운행하면 다른 차들이 잘 비켜주지 않아 종종 경광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범죄수사·교통단속용 경찰 차량이나 소방용 차량 등의 긴급자동차가 아닌 차량에 경광등을 다는 것은 자동차관리법상 엄연한 불법이다.

 이렇게 ‘구급차’형 운구차량이 다닐 수 있는 이유는 이용 기준을 마련을 맡은 보건복지부와 차량 등록과 관리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관리 책임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구청의 교통행정 담당자는 “의료기관 사업자 등록증 등 몇몇 서류만 있으면 구급차 구입이 자유로운데다 장의업체가 운용하는 차량의 사후 관리가 부실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소방학교 구조구급교육센터 안기옥 교수는 “구급차를 흉내 낸 차량으로 불신이 쌓이면 정작 긴급한 상황에서 구급차 운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광등 사용부터 구급차 운영까지 엄격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