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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이후] 늑장… 뒷북… 軍 위기대응 매뉴얼은 있나

[천안함 침몰 이후] 늑장… 뒷북… 軍 위기대응 매뉴얼은 있나

입력 2010-03-30 00:00
업데이트 2010-03-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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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위기대응 매뉴얼이 있기나 한 건가.”

지난 26일 밤 천안함 침몰 이후 실종자 수색을 위한 군 당국의 대응이 주먹구구식에 뒷북치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종자를 찾는 일은 시간이 곧 생명이어서 한시가 급한데도 군의 태도는 너무 느긋하다는 것이다. 바닷속 탐색을 위한 해군 해난구조대(SSU)의 첫 투입은 사고가 난 다음날 낮에야 이뤄졌다. 이기식 합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은 27일 늑장 출동을 지적하는 국회의원들에게 “SSU는 평소 경남 진해에 대기하고 있는데, 사고 직후 요원들을 소집해 새벽에 서해로 올라왔다.”면서 “어차피 밤중에는 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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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구조작업  해군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이 29일 밤늦게까지 천안함 침몰 사고 현장인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광양함에 로프를 드리운 채 실종자 수색 준비를 하고 있다. 요원들은 이 로프를 수중의 함미 어뢰갑판에 연결한 뒤 수면 위아래로 이동하면서 수색을 벌였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심야 구조작업
해군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이 29일 밤늦게까지 천안함 침몰 사고 현장인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광양함에 로프를 드리운 채 실종자 수색 준비를 하고 있다. 요원들은 이 로프를 수중의 함미 어뢰갑판에 연결한 뒤 수면 위아래로 이동하면서 수색을 벌였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그렇다면 천안함이 만약 아침에 침몰했다면 고스란히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는 얘기일까. SSU가 북한군과 충돌이 잦은 서해상에 평소에 대기하고 있지 않은 점이 의아하다. 군은 사고해역의 높은 파도 때문에 SSU의 구조작업이 난항을 겪자 그제서야 구조함인 광양함(3000t급)을 파견했다. 사고 시각으로부터 이틀(41시간)이나 지난 28일 오후 2시30분쯤이었다. 왜 처음부터 구조함을 투입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군은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독도함(1만 4000t급) 파견도 뒤늦게 결정했다. 독도함은 사고 후 사흘이 꼬박 지난 29일 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전문가들이 실종자가 배 안에서 생존할 수 있는 최대 시간으로 잡은 69시간을 넘긴 시점이다.

미 해군과의 공조도 늦었다. 미군 구조함인 살보함(3000t급)은 29일 오전에야 구조에 나섰다. 평소 미군과 각종 훈련을 수도없이 실시해 왔으면서도 이런 유형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 공조체계는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28일 실종자 가족들이 민간 구조대의 수색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자 처음엔 난색을 표하다가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허용했다. 군이 이런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따로 갖고 있지 않다는 강력한 방증이다.

처음엔 민간 구조대의 투입을 꺼리던 해군은 28일 아예 민간인 구조전문가를 공식 모집한다고 밝혔는데, 알고 보니 정치권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경기 평택의 해군 2함대사령부를 찾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을 받고 해군에 이 같은 뜻을 전달하자 손정목 해군본부 전략기획참모부장이 “천안함 수색을 위한 자원봉사에 나서고 싶은 이들은 해군2함대 상황실로 전화해 달라.”고 공지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진] 실낱같은 희망이라도…천안함 침몰 그후
2010-03-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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