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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만 박아도 입원…병원은 ‘돈벌이’

살짝만 박아도 입원…병원은 ‘돈벌이’

입력 2010-03-30 00:00
업데이트 2010-03-3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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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민기(33. 가명) 씨는 지난 1월 차선을 바꾸다 개인택시를 살짝 들이받았다.

피해차량 뒷 범퍼에 흠집만 조금 날 정도의 가벼운 사고였지만 택시 기사는 목 뒤를 손으로 잡고 내리더니 사흘간 병원에 입원했다. 김씨가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그 기사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대인배상액 122만 4천 원과 대물배상액 14만 4천 원.

김씨는 대인사고를 낸 것이어서 앞으로 3년간 매해 보험료가 10% 할증된다.

김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병원에 입원할 만큼 큰 사고가 아니었는데 기사가 그냥 누워버렸다”면서 “보험회사 직원에게 하소연해봤지만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시라’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억울한 사람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은 60%대다. 교통사고로 병원을 찾은 환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입원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보험금으로 한 몫 잡자는 심산이 깔려 있다.

병원입장에서도 교통사고 환자는 일반 환자보다 훨씬 돈이 되기 때문에 통원치료로도 충분해도 입원치료를 권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이 필요없는데도 일부러 입원한 ‘나이롱 환자’를 걸러내는 보험사들의 장치도 미진하다. 피해자가 달라는 대로 주고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부재환자와 나이롱 환자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연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받히면 무조건 입원..입원율 일본의 10배 육박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08회계연도(2007.4∼2008.3) 우리나라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율은 60.6%다.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은 2004년 71.9%, 2005년 70.8%, 2006년 68%, 2007년 63.5% 등으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엄청나게 높다.

일본의 2008회계연도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은 6.4%다. 우리나라가 10배 가까이 입원율이 높은 셈이다.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율은 일반 환자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경추염좌(목 결림)의 경우 2007년 기준 건강보험 환자의 입원율은 2.4%에 불과했지만,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율은 79.2%에 이르렀다. 비슷한 증상이지만 교통사고 환자가 건강보험 환자보다 입원율이 33배나 높다.

이처럼 별로 다치지 않았지만, 굳이 입원까지 하는 관행은 서류로만 입원해놓고 실제로는 병상을 지키지 않는 부재환자를 양산한다.

실제 손해보험협회가 작년 12월에 전국 133개 병원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1천52명의 환자 중 66명(6.6%)이 외출 등으로 자리를 비웠다. 그나마 부재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작년 6월 조사에서는 부재율이 13.4%였다.

손보협회의 부재환자 모니터링은 평일에 진행되는데, 주말에는 부재율이 20%에 육박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손보협회는 2008년 기준으로 부재환자 규모는 8만 8천여 명에 이르며 이들에게 과다하게 지급돼 누수 된 보험금만 86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입원이 불필요한데도 병상을 지키는 이른바 ‘나이롱환자’는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 환자.병원, ‘돈 된다’ 상부상조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교통사고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주로 경제적 이유에서다.

입원하면 가해자 측 보험회사에서 지급되는 합의금이 불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들어놓은 보험회사로부터도 상당한 액수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나이롱환자’로 자주 거론되는 직종이 택시 기사다. 금융감독원의 2008년 발표를 보면, 택시 운전자의 교통사고 입원율은 73.6%로 전체 평균(60% 안팎)보다 훨씬 높다.

개인택시 운전자 1천624명이 입원기간 유류보조금을 받아 허위입원이 들통나기도 했다. 2008년 5월 택시운전자의 유류구매카드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허위로 입원해놓고 몰래 영업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졌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개인택시 운전자 A씨는 “유류구매카드 사용이 의무화된 이후 입원해놓고 몰래 빠져나가 영업하기는 불가능해졌지만 입원하는 게 여전히 돈이 되기 때문에 누구나 입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사고로 사흘 정도 입원하면 개인적으로 가입한 상해보험 등에서 지급되는 위자료까지 포함해서 200만 원 정도는 벌 수 있다”면서 “그러면 안 되지만 손님이 없는 날엔 ‘뒤에서 누가 받아줬으면 하는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병원 입장에서도 교통사고 환자는 대환영이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 같은 증상으로 같은 치료를 받아도 교통사고 환자는 일반 환자보다 진료비를 10% 이상 더 낸다. 교통사고 환자는 응급성ㆍ복합성ㆍ중증도 때문에 진료량이 많다며 자동차보험 진료수가가 건강보험보다 12%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입원비에서도 차이가 난다. 대학병원 6인 병실에 50일간 입원하면 입원비는 일반환자 146만 원, 교통사고 환자 217만 원이다.

건강보험 환자는 15일이 지나면 입원비의 10%, 31일이 지나면 15% 감경하게 돼 있지만 자동차보험은 완치까지 충분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 같은 할인율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부 병원의 영리추구와 돈을 목적으로 한 일부 환자의 입원 때문에 보험료 상승 등을 비롯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치러진다”면서 “이를 줄이기 위한 국민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제도 개선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 보험사도 준비부족..나이롱환자 ‘수수방관’

보험사들도 나이롱환자 문제의 심각성은 예전부터 인식해 왔으면서도 이렇다 할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나이롱환자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기보다는 요구하는 대로 지급하고 그 비용은 가해자인 보험가입자에게 전가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철저한 심사를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기보다는 그냥 달라는 대로 지급하고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보험료를 올리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 영국 등 선진국들의 보험사는 자체적으로 사고 때 부상 정도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를 보유해 나이롱환자를 가려낸다.

상명대 김재현 교수(금융보험학부)는 “독일 같은 경우는 보험회사의 자체 연구소에서 다양한 속도에서의 충돌테스트를 진행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놓고 있다”며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지급심사를 하고 소송에 들어갔을 때에도 이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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