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나이롱환자’ 어떻게 하면 사라질까?

‘나이롱환자’ 어떻게 하면 사라질까?

입력 2010-03-30 00:00
업데이트 2010-03-30 08:3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가벼운 자동차사고에도 보험금을 타내려는 목적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나이롱환자’를 없앨 수는 없을까.

나이롱환자는 별로 다치지 않았는데도 아프다고 속이고 입원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길게 입원해 보험금을 타내는 일종의 보험사기다. 하지만, 워낙 만연해 있어 범죄로 인식되지 않는데다 적발하기도 힘들어 근절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환자가 돈이 되는 요양급여 체계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자동차보험의 진료수가 가산율이 건강보험보다 높아 병원입장에서는 교통사고 환자를 더 많이 더 오래 데리고 있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보험은 과잉진료를 심사할 수 있는 객관적 체계도 갖추고 있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 윤효석 전문위원은 “현행 요양급여 제도는 병원이나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작년 7월 보험종류별로 다른 진료구사 가산율 및 심사업무를 일원화하도록 관계 부처에 권고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손해보험업계 등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팽팽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도 고쳐 병원ㆍ환자 도덕적 해이 차단해야”

현행 요양급여 체계는 병원이 교통사고 환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구조다. 대학병원에서 같은 증상으로 같은 치료를 받아도 교통사고 환자는 진료수가 가산율이 높아 일반 환자보다 진료비를 12% 정도 더 내기 때문이다.

서울대 김진현 교수(간호학과)는 “똑같은 증상으로 똑같은 치료를 받는데 비용이 다른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보험종류에 상관없이 진료수가 가산율은 같다.

의료계는 교통사고 환자는 응급성ㆍ복합성ㆍ중증도 때문에 진료량이 많은데다 보험사와의 협의 등을 위한 인건비도 더 들어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부설 병원경영연구원 김정덕 연구원은 “자동차보험 환자는 행정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일부 병원에서는 자동차보험 환자관련 문서 처리를 위한 전담 직원까지 둬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입원비에서도 차이가 난다. 대학병원 6인 병실에 50일간 입원하면 입원비는 일반환자 146만 원, 교통사고 환자 217만 원이다.

건강보험 환자는 15일이 지나면 입원비의 10%, 31일이 지나면 15% 감경하게 돼 있지만, 교통사고 환자는 완치까지 충분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 같은 할인율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어떤 환자는 완치까지 충분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어떤 환자는 그렇지 않다는 이상한 논리”라며 “일원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병상을 보유한 중소병원이 너무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병상을 보유한 일부 중소병원이 수익을 목적으로 교통사고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명대 김재현 교수(금융보험학부)는 “일본도 1980년대까지만 해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만, 병상을 보유할 수 있는 병원의 기준을 강화한 이후 나이롱환자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요양급여 심사체계도 허술”

교통사고 환자에 있어서는 과잉진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공정한 심사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다.

건강보험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진료비 부당ㆍ과잉청구 여부에 대해 심사를 하는 것과 달리,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진료비 심사는 각 보험사가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전문성이 없다 보니 일선 병원에서 과잉진료를 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이는 병원과 보험사 간 진료비 분쟁으로 이어진다.

자동차보험 진료비 분쟁을 다루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에 접수된 분쟁건수는 2006년 5천791건, 2007년 9천143건, 2008년 1만241건 등으로 해마다 많이 늘어나고 있다.

권익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각 보험사가 심평원에 심사 업무를 위탁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요양급여 비용을 심사하는 의료심사평가원(가칭)을 설립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심사업무 일원화에 대해 손보협회와 의료계는 모두 반대한다.

손보협회 신상준 의료제도교육팀장은 “심평원은 비급여항목에 대해 평가하는 기능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심평원에 심사를 위탁하면 과거 병력을 인정하는 데 있어 인색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보험사 측은 우려하고 있다.

신 팀장은 “과거병력을 인정하면 이를 치료하기 위한 비용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심평원에서 이를 인정하기 꺼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도 반대 견해다. 병원경영연구원 김정덕 연구원은 “자동차보험은 엄연히 사보험인데 이를 심평원에서 공보험 관점에서 심사하면 안 된다”면서 “자동차보험은 본인 부담이 없어 ‘공짜’라는 생각에 쉽게 입원하는 세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현 교수는 “요양급여 제도를 개선하고 심사업무를 일원화해 병원이 교통사고 환자를 선호하는 구조를 바꾸면 나이롱환자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지금은 병원과 환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나이롱환자가 양산되지만, 제도개선이 이뤄지면 병원에서 과잉진료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 권고 실현될까..일선부처 ‘뭉기적’

권익위는 작년에 공청회와 간담회를 거쳐 보험종류별로 입원비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은 오는 7월까지, 심사업무 일원화는 내년 7월까지, 진료수가 가산율 일원화는 10월까지 추진계획을 세우고 2012년 10월부터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일선 부처들은 아직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국토해양부 박금해 사무관은 “아직은 간담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크다”면서 “올해 상반기까지는 각 측의 의견을 들어보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은성호 보험급여과장은 “심평원에 관련사항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면서 “각 이해관계자의 사정이 있어 조율을 거쳐 제도를 바꾸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익위 권고가 말 그대로 ‘권고 ‘사항일 뿐 강제력이 없어 각 부처가 굳이 민감한 사안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윤호석 전문위원은 이와 관련, “조치시한까지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부처는 부처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또 실효성을 높이려고 자동차보험을 산업재해보험에서 떼어 다루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권익위 권고사항은 자동차보험뿐만 아니라 산재 보험에도 같이 해당하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산재환자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자칫 아무것도 바뀌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위원은 “2005년에도 관련 제도 개선이 추진됐지만, 산재환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던 경험이 있다”면서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의 요양급여 체계를 동시에 개선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자보쪽만 우선 다루는 쪽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