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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나라당에 등돌린 경남 “사람보고 뽑았심더”

[르포]한나라당에 등돌린 경남 “사람보고 뽑았심더”

입력 2010-06-06 00:00
업데이트 2010-06-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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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을 하신 분이니까 아무래도 서민 사정을 잘 알 것 아닙니까?”

6일 경남 창원에 있는 상남전통시장에서 식육점을 운영하는 김연숙(36.여)씨는 6ㆍ2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김두관 당선자를 지지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김씨는 이어 “정부가 재래시장을 살린다고 해 놓고선 실제 한 일이 뭐 있나”고 정부와 한나라당에 불만을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남은 ‘한나라당 텃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도지사는 물론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가릴 것 없이 야당과 무소속 후보들에게 한나라당 후보들이 맥없이 무너진 곳이 많았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18개 시ㆍ군 가운데 7곳에서 패했고 특히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지역으로 꼽히던 의령, 남해, 함양, 합천 등지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식육점에서 함께 일하던 김씨의 어머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평범한 농민처럼 닭도 키우고 농사도 지었는데, 그런 서민 같은 좋은 대통령을 그렇게 가시게 하면 안 되지요.”라고 말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노풍(盧風)도 감지할 수 있었다.

김두관 당선자가 지난달 하순 유세를 위해 이 시장을 들렀을 때 김 후보와 함께 손가락으로 기호 7번을 만들어 보이며 지지 의사를 표시했던 50대 중반의 여성 채소상인은 “김두관 후보가 장관을 했을 때 서민 대통령이 있어 참 친근하고 좋았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느냐.”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이정재(55)씨는 “이제는 정당을 보고 찍는 게 아니고 사람을 보고 찍는 걸로 바뀐 것 같다.”며 “주변에 있는 많은 상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지역주의에 근거를 둔 일방통행식의 정당 지지에서 점차 ‘인물, 사람’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라는 묻지마식 투표행태가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보는 다소 섣부른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두관 도지사 당선자는 “아직 경남이 한나당의 텃밭이라는 등식은 유효하다. 우리가 작은 구멍 하나를 냈을 뿐”이라며 자신과 야권 당선자들이 한나라당의 대안 정치세력임을 각인시키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남도의 한 공무원은 “도민들이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 도정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경남도당 김호열 사무처장은 “민심이 한나라당을 오만하고 독선적인 것으로 보고 경고를 한 것 같다.”며 “도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일상 생활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잘 챙기는 ‘생활 정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철저히 반성하고 겸허한 자세를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당선자의 캠프 관계자는 “도민들이 MB정부의 지방홀대 정책과 밀어붙이기식 4대강 사업에 크게 실망해 한나라당에 대한 거대한 반대 흐름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자체 분석했다.

경남도내 기초 지방자치단체들 중 유일하게 야당인 민주당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 김해시.

노풍의 진원지이기도 한 이 곳에서는 김맹곤 민주당 후보가 ‘16년 한나라당 아성’을 깨고 당선됐다.

도의원 4명을 뽑는 선거에서도 민주당 2명과 민주노동당 1명, 국민참여당 1명 등 야당 후보가 모두 승리를 거뒀으며 시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8명 전원이 당선됐다.

이 같은 선거 결과에 대해 야당의 선전이나 노풍이 갑자기 불어닥친 것이 아니라 일당 독주 체제의 오만한 한나라당에 대한 경고 분위기가 강하게 내재돼 있었다는 것이 시민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정태(52.김해시 어방동)씨는 “선거 과정에서 한나라당 공천파동으로 두 후보가 계속 다투고 두패로 나눠 서로 반목하는 모습을 보고 회의감을 느꼈다.”며 “특정 정당에만 기댄 후보가 주민들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정자(49.여.김해시 장유면)씨는 “이번 선거는 경남이 한나라당 안방이니 텃밭이니 하는 정치권의 말장난이 통하지 않는다는 본때를 보여준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오모(50)씨는 “이번 선거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지만 결코 그 정신은 죽지 않았음을 보여줬다.”며 “지방선거도 1주기에 맞춰 매우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 상승효과가 있었겠지만, 그 보다 한나라당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것이 더 맞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강상수(58.김해시 진영읍)씨는 “야당도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분당 사태로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헌신짝처럼 버렸다가 다시 노심에 편승하는 등 아전인수격인 생태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제대로 정치하지 않으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예외일 수 없다.”고 정치계에 따끔한 충고를 건네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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