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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박용하…연예인 자살 왜 끊이지 않나

이번엔 박용하…연예인 자살 왜 끊이지 않나

입력 2010-06-30 00:00
업데이트 2010-06-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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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 가수와 연기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박용하(33)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며 그를 아끼던 팬들과 연예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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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용하
故박용하
 그를 자살로 몰아간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지만 일본을 오가며 순회 콘서트를 열고 있었으며 드라마 ‘러브송’(가제)에도 캐스팅된 상태라 충격이 적지 않다. 박용하는 지난달에는 아프리카를 방문해 자신의 이름이 걸린 학교를 짓고 봉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은 2005년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 이후 끊이질 않고 있다.2008년에는 최진실과 안재환이 목숨을 끊으며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작년에는 신인 탤런트 장자연이 자살하며 신인 연예인의 성접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도 해다.

 올해 들어서도 스타급 연기자의 자살은 지난 3월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최진영에 이어 벌써 두번째다.

 인기스타들의 자살 소식은 동조 자살을 의미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낳을 우려도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중의 사랑에 대한 중압감과 허무함

 연예계 지인들은 박용하가 아버지의 위암 투병에 대한 괴로움과 자신의 독자적인 기획사 설립에 따른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쉽게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제를 복용해왔다는 지인의 전언도 있다.

 연예인들의 자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스타 연예인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대중의 사랑을 잃을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인기’의 아이러니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대중 스타가 추구하는 인기가 불안감과 중압감,소외감에 휩싸이게 하는 족쇄로 작용하는 셈이다.

 최진영의 경우 누나 최진실이 자살한 이후 우울증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신경 안정제를 복용했으며 지인들에게 “출연하는 작품이 없고 모든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은 20여년간 정상을 지켜온 톱스타 최진실도 피해가지 못했다.최진실은 야구선수 조성민과의 이혼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뒤 힘들게 재기에 성공했지만 우울증에 시달린 끝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다.

 스타들이 느끼는 대중 속의 소외감도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인파 속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진심을 털어놓고 얘기할 상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인기에 대한 중압감과 군중 속의 소외감에 휩싸인 상황에서 접하게 되는 인터넷 악플은 연예인들에게는 심각한 정신적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2007년 잇따라 세상을 등진 탤런트 정다빈과 가수 유니는 악플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이후 무책임한 비난을 댓글로 쏟아내는 네티즌 문화에 대한 자성론이 일기도 했다.

 최진실의 경우도 “사람들이 나를 ‘최가식’이라고 부른다.사채설 유포자가 잡혔지만 나를 악덕 사채업자로 그대로 묵인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지인에게 털어놨을 정도로 네티즌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퍼져 나가는 근거 없는 악플에 힘들어했다.

 ●‘베르테르 효과’ 우려

 인기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은 동료 연예인들이나 일반 대중의 자살을 낳는 ‘베르테르 효과’를 발생시킬 우려도 크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이 자살할 경우,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나온 뒤 당시의 18세기 유럽에서 자살자가 급증한데서 나온 말이다.

 보건복지부가 200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이은주가 자살한 2005년 2월 이후에는 여성자살자 수가 급증했다.당시 2월 여성자살자 수는 240명이었으나,이씨가 자살한 직후인 3월에는 여성자살자 수가 462명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유니와 정다빈의 자살 직후에도 나타나 2007년 1월 여성자살자 수는 289명이었으나 이들이 자살한 이후인 2월 한달간 여성자살자 수는 534명으로 급증했다.

 안재환의 자살 이후에도 ‘보건복지콜센터 129’에 접수된 자살상담자 수가 한달 사이에 2배가량 급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사회적으로 자살 예방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연예인이 자살했을 때 대중들이 자신의 상황을 동일시하거나 공감해서 따라 죽고 싶어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며 “‘얼마나 괴로웠을까’하는 생각이 ‘나도 괴로운데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까닭에 사회적인 충격파가 크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어 “연예인들은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어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이 적절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며 거꾸로 연예인들이 자살 예방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대중들에게 자살 예방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다퉈 선정적으로 사건을 다루는 언론 보도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자살 동기인 우울증이 마치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사람만 걸리는 불치병인 것으로 오인하게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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