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 ‘선단식 경영’ 비자금 수사 단초 될까

C&그룹 ‘선단식 경영’ 비자금 수사 단초 될까

입력 2010-10-25 00:00
업데이트 2010-10-25 12:1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C&그룹이 몰락한 배경에는 과거 대기업의 대표적인 폐해로 지적된 ‘선단식 경영’이 도사리고 있었다.

 선단식 경영이란 재벌기업의 각 계열사를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지급보증 등으로 연결해 사업을 하는 경영 방식이다.

 이러한 경영 형태는 1997년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돌입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의 도화선이 됐는데,C&그룹이 과거 재벌들의 행태를 답습하다 결국 공중분해 되는 비운을 맞은 셈이 된 것이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C&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C&그룹에서 화물운송 사업을 담당하다 도산한 C&라인을 둘러싸고 그룹 측이 벌인 선단식 경영 행태에 주목하고 있다.

 C&라인은 2000년대 후반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비롯된 경영 악화로 제 힘으로는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기업 상황에 처했다.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C&중공업에서 107억원이라는 거액이 유입된 것도 이 시기다.2007년 4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들어온 이 자금은 명목상으로는 C&라인을 살리기 위한 긴급수혈자금이었다.

 또 2008년 1월에는 해운부문 계열사인 신우조선해양에서 대출금 180억원이 C&라인으로 유입됐다.물론 담보나 이자 등의 반대급부는 전혀 없었다.

 이러한 자금지원을 받고도 C&라인은 2008년께 경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쓰러졌고,돈을 댄 C&중공업 등도 자금사정 악화로 상장폐지되면서 결국 그룹 해체로 이어졌다.

 ‘살면 함께 살고 망하면 같이 망한다’는 선단식 경영의 폐해가 C&그룹의 명멸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C&그룹 44개 계열사 가운데 C&중공업과 C&우방 등 5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외부감사 의무가 없어 내부통제 수단이 미비한 비상장사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임병석 C&그룹 회장의 혐의에는 C&라인에 대한 불법 자금 지원만 포함됐지만,임 회장의 방만한 경영 방식으로 미뤄볼 때 이러한 불법적인 행태가 그룹 전반에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특히 계열사간 채무를 ‘돌려막기’ 방식으로 변제하는 과정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간 흔적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이 계열사간 자금 지원을 빌미로 중간에서 돈을 착복하고 그 중 일부로 정관계 로비를 위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C&라인이 비자금 수사의 단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검찰 주변에서 나온다.

 현재 검찰은 임 회장의 배임이나 횡령 등 경영상 비리를 캐는 데 집중하지만 C&라인이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의 실체를 밝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