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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차명 땅 매입→계열사 다시 사 ‘비자금化’?

임직원 차명 땅 매입→계열사 다시 사 ‘비자금化’?

입력 2010-10-28 00:00
업데이트 2010-10-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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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부동산 ‘세탁’ 수법

태광그룹의 차명 부동산을 통한 비자금 조성에는 임·직원과 계열사가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이를 계열사가 사들여 현금화하는 수법이다. 이호진 회장 일가의 재산을 숨기거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비업무용 부동산을 차명으로 관리한 정황이다. 차명 부동산 세탁에 태광그룹이 전사적으로 달려들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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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부터 차명 부동산 거래

이번에 문제가 된 부동산은 경기 용인시 태광컨트리클럽 주변의 땅들이다. 태광그룹은 1988년 한보그룹으로부터 태광CC를 사들였다. 그동안 이 회장 일가가 태광CC 주변에 1000억원대의 차명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자 태광그룹 측은 “태광CC는 다른 골프장을 인수한 사례라 땅을 차명으로 관리할 개연성이 전혀 없다. 골프장 주변 부동산 의혹은 사실무근이며 검찰수사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한국도서보급의 토지거래를 보면 태광그룹 측은 이미 1996년부터 차명 부동산을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6년 태광CC를 관리하는 태광관광개발 대표에 취임한 최양천씨는 원소유주 김모(53)씨에게서 태광CC 주변의 용인시 신갈동 592-8번지의 땅을 2억 175만원에 구입한다. 2001년 1월에는 인근의 592-3과 592-18번지를 2억 5200만원에 사들였다. 이렇게 구입한땅 3필지(1816㎡)는 2005년 3월 최 전 대표가 퇴임한 다음해 2006년 두차례에 걸쳐 한국도서보급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한국도서보급은 최 전 대표의 땅을 구입하기에 앞서 인근의 땅 2필지(신갈동 517-1, 518-3·1128㎡)도 3억 9500만원에 사들였다. 이땅의 주인 역시 당시 퇴임했던 이모(51) 태광관광개발 전 경리부장이 소유하고 있었다. 전직 임·직원이 소유했던 8억 4400만원의 부동산을 한국도서보급이 사들인 것이다.

퇴임 뒤 매매가 이뤄지는 등 최 전 대표와 이 전 부장이 명의만 빌려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 전 대표에게 땅을 판 김모(53)씨도 “당시 태광CC에서 골프부지를 구한다고 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인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 땅을 판다는 소문을 듣고 최 전 대표가 찾아왔다. 골프장이 아니라 최씨가 온 게 이상하기는 했지만 당시 시세보다 땅값을 잘 쳐줘 결국 땅을 팔았다.”고 말했다.

●이회장 일가 재산 숨기기 이용

태광 측은 1996년 이전에도 직원 명의를 이용한 차명 부동산 거래로 태광CC 주변의 땅을 구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전 부장은 94년에도 신갈동 506번지 등 논밭 5필지를 사들였다. 당시 농지법에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구입할 수 있어 이 전 부장의 농지 매입은 불법이었던 셈이다. 이 전 부장이 사들인 땅은 얼마 뒤 농지에서 골프장 부지로 용도변경이 이뤄져 당시 용인시 의회에서 특혜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한국도서보급 외에 다른 태광그룹 계열사 등도 태광CC 주변의 땅을 보유하고 이 회장과 모친인 이선애(82) 상무도 임야와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특히 농지의 경우는 실제 영농을 하는 사람만 구입이 가능해 농지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0-10-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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