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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위헌’ ···재심청구·줄소송 예고

‘긴급조치 위헌’ ···재심청구·줄소송 예고

입력 2010-12-17 00:00
업데이트 2010-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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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신시대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억압하는 수단이던 대통령 긴급조치에 대법원의 위헌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이후 관련 사건에 대한 재심청구와 형사보상·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긴급조치를 체제 유지수단으로 삼았던 제4공화국이 법적 정당성을 결여한 ‘독재정권’이었다는 사법부의 유권해석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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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만에 명예회복  1974년 1월 선포된 긴급조치 1호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온 1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오종상(오른쪽)씨가 조영선 변호사를 부둥켜안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36년만에 명예회복

1974년 1월 선포된 긴급조치 1호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온 1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오종상(오른쪽)씨가 조영선 변호사를 부둥켜안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통치행위도 헌법에 근거해야”=긴급조치 1호에 대한 대법원의 위헌 판결은 긴급조치 발효 당시의 유신헌법에 비춰봐도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긴급조치 1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어서 실효되기 이전부터 유신헌법에 위반돼 위헌이고,현행 헌법에 비춰봐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이 위급 상황이라고 판단해 행사한 국가긴급권도 헌법과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법치주의 기본원칙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재판부는 “국가긴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가급적 존중돼야 하지만 법치주의의 원칙상 통치행위라 해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이를 위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위헌 심사를 헌법재판소가 아닌 대법원이 한 것과 관련,재판부는 “대통령 긴급조치는 국회의 승인이나 동의를 거치지 않아 형식이나 실질 면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대상이 되는 ‘법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권은 대법원에 있다”고 판단했다.

 ◇ 재심청구·줄소송 예고=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긴급조치와 관련해 유죄 선고를 받았던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유신 시절인 1974~75년 발동된 긴급조치 1~9호 중 1호에 국한된 것이지만,나머지 긴급조치도 절차와 취지가 유사해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재심사건에서 법원은 긴급조치가 실효됐다는 이유로 사건의 실체를 심리하지 않은 채 ‘법령이 폐지되면 면소(免訴·기소 면제)를 선고한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에 따라 면소 판결을 내려왔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법령이 폐지됐다 해도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돼 효력이 없는 법령이라면 무죄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명예회복과 함께 형사보상이 가능하지만,면소는 완전한 명예회복이 안되는데다 별도 심리를 거쳐 무죄 정황을 입증해야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 회복도 어렵다.

 하지만 위헌 판결로 무죄 판례가 확립되면 이후 유사한 재심사건들은 사실상 무죄 선고를 보장받게 되고 이는 재심 청구와 함께 형사보상 및 국가 상대의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은 589명에 달한다.

 ◇ 전반적 피해회복은 헌재에 달려=하지만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다른 피해자들은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죄 선고는 물론 피해 보상도 받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면 해당 법률이 효력을 상실해 그 자체로 재심 청구사유가 되고 관련자들도 모두 구제받을 수 있지만,대법원의 위헌 판결은 확립된 판례로서 유사 소송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해당 법령 자체를 무효로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문이나 증거조작 등의 재심청구 사유를 갖지 못하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전반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긴급조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올해 초 제기된 긴급조치 1,2호와 긴급조치 9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 중이다.

 이동근 대법원 공보관은 “이번 대법원 판결 효력은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가 있는 사건에 국한되고 나머지는 헌재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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