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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확산’…정부 역부족에 농가 도덕불감증까지

‘구제역 확산’…정부 역부족에 농가 도덕불감증까지

입력 2010-12-30 00:00
업데이트 2010-12-3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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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역부족이다..원인도 전파경로도 잘 모르겠고..”

정부가 가축전염병을 대상으로 사상 처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한 29일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날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 사태에 대해 이렇게 한숨지었다.

지난 11월29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으로 확인된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구제역이 도무지 진정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당국의 방역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의 역학조사 결과, 일부 축산농가의 어처구니없는 잘못이나 실수도 이번 구제역 확산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농가의 도덕불감증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나 축산농가 모두 지금까지 보여준 방역 방식으로는 향후 구제역 재발을 막을 수 없어 보여,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구제역 방역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솔직히 역부족”

정부의 방역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 25일 처음으로 시작된 구제역 백신 예방접종이 3차례나 확대됐다는 것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당초 정부는 경북과 경기의 5개 시군에만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가 하루이틀 간격으로 2차례나 대상지가 넓어지면서 지금은 3개 시도, 12개 시군으로 늘어났다.

이는 과학적.의학적 분석을 통해 결정됐을 접종대상지 선정 작업 과정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구제역 방역대책의 ‘마지막 수단’으로 불리는 예방접종마저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수단은 예방백신의 전국 접종 밖에는 남은 게 없다.

더이상 새로운 방역대책이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경북과 경기 지역 일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마다 사활을 걸고 ‘차단방역’에 나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차단에 실패했다.

실제로 최근 경기 여주와 이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정밀검사 결과,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생한지 최소 1∼2주뒤에야 나타나는 ‘항체양성’ 반응을 보임으로써 정부의 차단방역이 전혀 성과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차단방역망을 뚫고 구제역 바이러스가 최소 1∼2주간 사방으로 확산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농가의 도덕불감증도 요인

구제역 바이러스의 감염원인, 전파경로를 확정하기까지는 짧아도 3개월여의 조사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주요 구제역 발생지의 일부 한우농가들이 자신의 잘못도 모른 채 치명적 실수를 한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최초 발생지인 안동 지역 농가의 관계자가 직전 구제역 빈발지인 동남아 지역을 방문한 뒤 소독.검역은커녕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까지 정확한 역학조사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구제역이 안동에서 발생해 동일한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판명될 경우 한 사람의 잘못이 대재앙을 부른 셈이 된다.

여기에 최근 경기 남부 이남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 농가 관계자 가운데 수의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당국을 아연실색케 했다. 이 수의사가 소독.검역 등 아무런 제한없이 드나들었던 상당수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가축전염병을 누구보다 잘 아는 수의사가 구제역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도 이렇다할 검역.소독도 하지 않은 채 사방을 돌아다닌 것이 화근이 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명품한우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의 한우산지인 강원 횡성에서는 한우농장의 주인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동남아 여행을 강행하고 나서 주변으로부터 빈축을 자초하고 있다.

공항만 출입국때 엄격한 소독.검역 절차를 받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구제역에 걸리더라도 시가로 지원해주는 현행 보상체계가 축산농가의 안이한 태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살처분 등 근본점검해야

구제역 사태가 한 달을 넘기면서 살처분.매몰 규모만도 2천236농가의 52만3천518마리로 늘었다. 살처분 보상금을 포함해 각종 비용을 위해 지불된 국민의 혈세가 이미 5천200억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현행 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살처분.매몰 방식은 사후대책에 불과할 뿐 구제역을 치유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대구 지역의 한 교수는 “경제성에만 근거해 한정된 공간에서 집단사육하는 것은 가축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최대한 자연상태로 사육하는 방식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람도 지나치게 체중이 많이 나가면 건강하지 않다고 판정되듯이 가축도 무조건 비싼 값을 받기 위해 살만 찌울 것이 아니라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친환경적으로 길러야 한다는 소리다.

심지어 “구제역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알려진 동남아 지역에서는 아예 구제역이라는 질병이 없다”는 한 정부 관계자의 지적도 새겨들을만한 점이 있다.

당국이 누누이 강조한대로 인체에 해롭지도 않은데다 도축한 상태에서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결국 소멸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굳이 살처분.매몰 방식을 고집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살처분.매몰 규모가 52만마리를 넘어서면서 이로 인한 환경오염 등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환경단체나 동물보호론자 등을 중심으로 구제역 가축의 살처분.매몰 처리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번 구제역 사태가 워낙 파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기존 대처방식의 실효성은 물론 타당성에 대해 점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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