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녀오겠다며 배를 타러 나간 남편은 병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가쁜 숨을 몰아쉴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남편이 다쳤다는 소식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비행길에 오른지 만 하루만에 병실에 도착한 아내도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26일 오후 2시(현지시각) 오만 살랄라 술탄 카부스병원 내 집중치료실.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해적으로부터 총상을 입은 석해균(58) 선장의 부인 최진희(58)씨는 한달여만에 그렇게 남편과 재회했다.

병실 내의 무거운 침묵이 깨진 것은 의료진이 석 선장의 현재 상태를 설명하면서부터다.

“복부 여러 곳에 총상을 입어 내부 장기가 파열된 상태며 염증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방성 골절과 폐쇄성 골절도 함께 있어 앞으로 많은 치료를 필요로 하구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의료진의 설명에 최씨는 다시 한번 충격에 빠진 듯한 표정이었다.

최씨는 처음에는 남편의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소식에 안도했지만 석 선장의 상태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자 며칠간 몸져 누웠다고 한다.

석 선장의 원래 운항 일정대로라면 그는 삼호주얼리호에 승선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삼호프리덤호 선장으로 지난달 긴 항해를 마쳤기 때문에 한달 가량 쉴 수 있었지만 선사 측이 선박 운영 사정상 삼호주얼리호의 운항을 맡아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싫다는 기색 없이 흔쾌히 다시 머나먼 항해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2시간여에 걸친 수술이 끝나자 최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수술 경과를 들은 뒤 힘겨운 몸을 이끌고 취재진 앞에 섰다.

수심에 가득 찬 얼굴의 최씨는 먼저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준데 감사하다며 취재진의 카메라를 향해 여러차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최씨는 “남편이 아직 의식이 없어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의료진과 같이 왔기 때문에 마음이 놓인다”고 말하고는 다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두바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