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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63년 만에 중학교 졸업장 딴 할머니

“꿈은 이루어진다”…63년 만에 중학교 졸업장 딴 할머니

입력 2011-02-09 00:00
업데이트 2011-02-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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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끈을 놓친 지 63년 만에 중학교 졸업장을 거머쥔 할머니 만학도가 있다.

 주인공은 9일 전북 도립여성중고등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졸업한 오점녀(80.전주시 평화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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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인 오점녀(80)씨가 9일 전북 도립여성중고등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졸업했다. 올해 이 학교 최고령 졸업자인 오씨는 배움의 끈을 놓은지 63년 만에 졸업장과 2년 개근상을 받았다. 연합뉴스
만학도인 오점녀(80)씨가 9일 전북 도립여성중고등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졸업했다. 올해 이 학교 최고령 졸업자인 오씨는 배움의 끈을 놓은지 63년 만에 졸업장과 2년 개근상을 받았다.
연합뉴스
올해 이 학교 최고령 졸업자인 오씨는 전교생이 지켜보는 졸업식에서 빛나는 졸업장과 2년 개근상을 받았다.

 지난날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학력 열등감에 짓눌려 주위 사람들 몰래 가슴을 졸이며 살아온 오씨의 중학교 졸업장은 다른 학생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일제시대 전주시 덕진동에서 태어난 오씨가 풍남보통학교를 마치고 공부를 접었던 것은 궁핍한 가정 형편 때문이었다.

 배움을 중단하고 22살의 나이에 결혼해 슬하에 3남매를 뒀지만 지긋지긋한 가난은 이어졌다.

 6개월된 큰 아들은 영양실조로 숨졌고,작은 딸은 시각장애를 앓는 등 고난은 오씨 곁을 떠나지 않았다.

 식당일과 아파트 계단청소 등을 온갖 궂은 일을 다 한 오씨는 70세가 넘어선 남편과 이혼하는 등 굴곡진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문득 TV에서 교육의 시기를 놓친 여성들을 위한 전북 도립여성중고등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오씨는 곧바로 중학교 과정에 입학했다.

 일흔을 훨씬 넘긴 2008년 63년 만에 교과서를 다시 잡는 힘든 결정이었다.

 오씨는 “그동안 가난으로 큰 고통을 받으면서도 배움의 꿈은 잃지 않았다.뒤늦게 학창생활을 하면서 이만큼 행복한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홍성임 교장은 오씨에 대해 “동급생의 고민을 잘 들어주면서도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 어머니 같은 학생”이라며 “제일 먼저 등교해 수업준비를 했고 2년 간 개근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고 말했다.

 3월이면 고등학교 과정을 밟는 오씨의 꿈은 대학생이 되는 것.

 오씨는 “꿈을 갖는 데 나이를 신경쓰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늦게 시작한 공부이기에 더 열심히 노력하겠고 대학에서 약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이날 제11회 전북 도립여성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선 오씨와 비슷한 상황의 72명의 학생이 졸업장을 받았으며 ‘아침햇살 찬란하게’로 시작되는 교가를 눈물로 합창하며 막을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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