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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사기 권하는 사회”…판사의 통렬한 일침

“보조금 사기 권하는 사회”…판사의 통렬한 일침

입력 2011-02-10 00:00
업데이트 2011-0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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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사기 사건 재판을 맡은 판사가 잘못된 관행을 부추기는 농민과 자치단체를 통렬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박 현 판사는 10일 허위 서류를 이용해 국가와 자치단체 보조금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불구속 기소된 임모(60)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밝혔다.

 법정구속은 차치하고,이번 판결이 눈길을 끈 것은 ‘보조금 빼먹기’ 관행에 대한 박 판사의 엄중한 경고 때문이었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자치단체,농민,사법기관 등을 차례로 거론하며 구조적인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했다.

 그는 “보조금 사업 시행자인 자치단체는 누가 봐도 의심되는 세금계산서,간이영수증 등을 조사 없이 인정하고 형식적으로 현장을 실사하며,심지어 허위 출장보고서까지 작성해 세금낭비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먼저 먹은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으로 서류를 위조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눈먼 돈이나 찾는 농민이 보조금을 받고,실제 가난으로 배움이 없어 묵묵히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아무 혜택도 돌아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비난했다.

 박 판사는 “이는 농촌에 만연된 현실이고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법원도 농민을 약자라 생각하고 관대한 처벌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런 보조금 사업 관행과 수사기관의 무관심,법원의 선처가 지속된다면 농촌에는 보조금으로 지어져 버려진 창고와 온실,잡초 무성한 농지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순군이 수년간 산양삼 재배사업에 지원한 보조금 수십억원은 의미 없이 야산에 뿌려진 낙엽이었고 불량한 자들의 호주머니를 채운 용돈이 돼 버렸다”며 “화순군은 앞으로 사업에 성공하려면 원점에서부터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하고,단지 야산에서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화순산 산양삼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이는 과장광고를 넘어 소비자에 대한 사기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한편,임씨는 2006~2009년 화순군이 산림소득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산양삼 재배단지 조성사업을 통해 실제 쓰지도 않은 사업비를 쓴 것처럼 허위 증빙서류를 제출해 1억2천여만원의 보조금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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