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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조명 제한 한달’ 대한민국이 컴컴해졌다

’야간조명 제한 한달’ 대한민국이 컴컴해졌다

입력 2011-03-31 00:00
업데이트 2011-03-3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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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적극 동참…불야성 유흥가도 눈에 띄게 어두워져

정부가 지난달 27일 에너지위기경보를 ‘주의’로 격상, 아파트와 유흥주점 등의 야간조명을 제한하는 에너지 절약 정책을 시행하면서 대한민국의 밤이 컴컴해졌다.

아파트 입구를 환하게 비추던 경관 조명이 사라지고 손님을 유혹하던 자동차 판매업소의 매장 조명도 꺼지는 등 시행 한 달여만에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공공기관이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면서 대기업, 금융기관, 아파트 등 민간 부분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업주들이 생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일반 음식점과 모텔 등 숙박시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 에너지 절약에 온 국민이 동참

경기도는 야간조명 제한 조치가 시행된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자정과 새벽사이 도내 인구 50만명 이상 9개 시와 서울과 인접한 3개 시에서 야간조명 제한 이행실태를 표본 조사했다.

당시 점검대상 546개소 중 426개소(78%)가 조명제한 조치를 잘 지켰지만 120개소(22%)가 미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도내 31개 시.군이 8-11일 전수점검을 해보니 1만4천234개소의 99%(1만4천133개소)가 야간조명 제한 정책을 잘 따르고 있었고 이를 지키지 않은 곳은 101개소(1%)에 불과했다.

유가상승에 따른 에너지위기를 피부로 느낀 국민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고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이 밤마다 도시를 돌아다니며 계도활동을 벌인 성과였다.

수원시의 한 공무원은 “수원시청 뒤 인계동 거리에 단속을 나가보면 예전에 밤새도록 환했던 곳이 지금은 3분의 1 가량 어두워진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최근 금융기관과 대기업, 유흥업소 등 3천660개소의 에너지 절약 실태를 점검한 결과 위반업소가 2.5%인 91개소에 그쳤다.

지난 8일부터 민간부문 2천818개소를 대상으로 에너지 사용 제한을 유도해 온 울산시의 경우도 시행 후 2주일 동안 미이행 업소가 13개소에 불과할 정도로 에너지 사용제한이 잘 지켜졌다.

경북도도 지난달 28일부터 최근까지 민간부분 시설물 7천498개소 가운데 15개소만 에너지 사용제한 지침을 따르지 않아 단속됐을 뿐이었다.

경북도 김봉묵 신재생에너지담당은 “시행 한 달에 이르면서 유흥업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물과 기관에서 에너지 절약 시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시민도 고유가로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유흥.단란주점 “생계에 막대한 지장”..공무원 단속에 한계

정부의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를 잘 따르지 않는 곳은 유흥.단란주점이다.

경기도가 지난 8-9일 시행한 표본조사에서도 공공기관은 93%가 조명 제한 조치를 따랐지만 유흥.단란주점은 65%만 따랐다.

울산지역에서도 미이행 업소 13개소 가운데 12개소가 유흥주점일 정도로 유흥주점은 정부의 에너지 제한 조치를 잘 따르지 않고 있다.

유흥.단란주점은 그 이유를 생업에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흥.단란주점은 새벽 2시 이후 조명을 소등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 시간대가 가장 손님이 많이 들어오는 황금시간대여서 간판조명을 끄는 것은 손님을 안받겠다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1,2차에 걸쳐 회식을 마친 직장인들이 새벽에 유흥주점을 찾아가려다가도 불꺼진 간판을 보고 노래방으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 잇따르면서 매출액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수원시지부 이경우(37)과장은 “한창 피크타임일때 간판 조명을 끄라고 해서 유흥주점의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고 있다”면서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우리 생계는 누가 책임질 거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단속을 하는 공무원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수원시의 에너지 담당 공무원은 야간에 현장 단속을 하면서 유흥주점 업주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고 있으며 전화항의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위반업소에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업주들 눈치를 보며 잘 지켜달라고 오히려 하소연할 정도다.

경기도 한 지자체 공무원은 “노래방과 모텔 등 숙박시설은 그대로 두고 유흥.단란주점만 단속하는 것은 이들 업주 말처럼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개선책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유흥업주들의 의견을 받아 유흥업소는 새벽 2시 이후가 아니라 영업시간 외 조명을 소등하거나 옥외 야간조명 중 전력소모량이 많은 네온사인 간판조명만 새벽 2시 이후 불을 끄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김인유 김호천 박순기 신민재 전승현 김근주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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