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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후폭풍 위기의 축산농] “소·돼지도 전략상품… 자급률 지켜내야”

[구제역 후폭풍 위기의 축산농] “소·돼지도 전략상품… 자급률 지켜내야”

입력 2011-04-18 00:00
업데이트 2011-04-1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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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위기 넘기려면

사실상 종식됐다던 구제역이 17일 경북 영천에서 재발했다. 종식됐다고 해서 축산 농가의 위기가 끝난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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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다시 오지 못하게… 경기도 안성 별빛농장 주인 김창구씨가 쾌적한 환경을 위해 축사를 소독하고 있다. 안성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구제역 다시 오지 못하게… 경기도 안성 별빛농장 주인 김창구씨가 쾌적한 환경을 위해 축사를 소독하고 있다.
안성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한국인의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돼지의 사육 마릿수는 구제역 발생 전인 지난해 12월 988만 마리에서 지난 3월 703만 마리로 줄었다. 양돈 농가는 22% 감소했다. 농민들은 보상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한 데다 값이 뛰어오른 종돈마저 달려 아우성이다.

소는 구제역 피해를 덜 본 편이다. 구제역 이전 292만 마리에서 지난 3월 288만 마리가 됐다. 하지만 한우는 지난해 1월 시작된 구제역 여파가 2년째 이어지면서 소비가 줄어 가격이 20% 이상 떨어졌다. 양돈 농가와는 또 다른 탄식과 비명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값이 내려간 한우와 그 절반 정도 가격인 수입산 소고기를 선택할 수 있어 좋을 수 있다. 돼지도 마찬가지. 출하량 부족으로 국산 돼지고기값이 올랐지만 값싼 유럽, 미국, 칠레산 돼지고기를 대체재로 고를 수 있다.

그러나 수입산 소·돼지고기를 언제나 국산의 절반 혹은 3분의2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2008년 세계적인 곡물 파동 때 식량 대국의 수출 제한으로 지구촌이 우왕좌왕한 기억이 새롭다.

구제역 파동으로 국산 돼지고기 공급이 달리면서 삼겹살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긴급 할당관세를 적용해 미국, 유럽산 돼지고기를 수입했다. 돼지고기 수출국은 한국의 약점에 냉혹하게 반응했다. 급등하는 국산 돼지고기 가격을 잡기 위해 11만t을 들여왔는데 무관세분만큼 수출가를 올려 버린 것이다. 식량 자급의 중요성이 드러난 대목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국회에 식량·식품의 자급 계획을 보고했다가 자급률을 너무 낮게 책정했다는 질책을 들었다. 그러나 그 뒤 수정 계획을 보고했다는 얘기는 없다. 소, 돼지의 경우 수요 및 생산 전망, 가격 변동, 질병 및 환경 부하(분뇨 처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급 목표를 세워야 한다. 구제역 종식과 함께 기본계획을 밝혀 연도별 적정 마릿수 목표치를 명확히 제시했어야 하지만 아직도 입안 중이라는 소리뿐이다.

식량 안보 면에서 소, 돼지의 중요성을 쌀에 견줘 너무 낮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우리 농가의 소, 돼지 공급 능력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전략 상품이 될 위험성이 있어 정부는 눈을 부릅뜨고 적정한 자급률을 지켜 내야 한다.

정부의 뚜렷한 축산 목표 제시와 더불어 필요한 것이 구제역 창궐을 불러온 열악한 사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노경상 한국축산경제연구원장은 “축산은 누구나 아무렇게나 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내놓은 ‘3·24 축산업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축산업 허가제이다. 기존 등록제에서 한 걸음 나아가 시설 기준을 확보한 대규모 농가부터 우선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100㎡당 소 20마리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양돈 선진국인 네덜란드, 덴마크의 어미 돼지 1마리는 25마리의 새끼를 생산한다. 한국은 15마리 안팎에 불과하다. 똑같이 새끼를 낳아도 열악한 환경 탓에 죽는 돼지가 많다. 그래서 축산 선진화를 위해선 규모화를 추진하고 영세농을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팀장은 “구제역 파동을 계기로 축산업의 방향성을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면서 “산업 정책적인 면에서 볼 때 소규모 영세농의 경우 정부가 퇴출 프로그램을 갖고 업종 전환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제역 이후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지 못하면 그 피해는 축산 종사자 100만명은 물론, 소비자인 국민에게도 전가되는 만큼 농가와 정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최여경·이경주기자 kid@seoul.co.kr
2011-04-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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