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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초과학의 힘은 무모할 정도의 도전

미국 기초과학의 힘은 무모할 정도의 도전

입력 2011-05-14 00:00
업데이트 2011-05-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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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평가 없이 수십억 지원..양자컴퓨터 등 실험연구 집중한국의 교육.과학 대표단, 美기초연구시설 탐방

13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 산하의 자넬리아 팜 연구캠퍼스.

HHMI는 한국에서도 개봉됐던 영화 ‘애비에이터’에 나오는 실존 인물 하워드 휴즈가 기부한 재산으로 설립된 곳으로, 자넬리아 팜 연구캠퍼스는 특히 바이오의학 등 장기적이고 실험적인 연구를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과 미국의 교육ㆍ과학분야 장관급 회담을 위해 지난 10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한국 대표단이 이 연구캠퍼스를 찾은 것은 내년부터 추진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였다.

3층의 저층 구조인 이 연구캠퍼스는 외관부터 독특했다.

건물 전체가 유리로 지어졌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유리벽을 활용해 지어졌고 내부 사무실의 격벽도 유리로 돼 복도를 거닐면서도 직원들의 연구활동을 살펴볼 수 있었다.

연구캠퍼스 관계자는 “3∼8명으로 구성된 각 연구팀 간의 협업과 빠른 의사 교환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350여 명의 국내외 연구자가 근무하는 이곳에서는 주로 초파리와 생쥐, 잠자리 등을 이용해 생명체의 뇌파와 신경회로의 작동 방식, 신경전달 메커니즘 등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 연구캠퍼스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비 지원 시스템. 이곳에서 근무하는 제프 메기 박사에 따르면 일단 계약이 성사된 연구원은 연구, 생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충분히 지원받는다.

계약기간 5년 동안 서류 등을 통한 공식적인 연차 평가도 없다.

한국 대표단은 이에 대해 “연차 평가가 없는데 업적은 어떻게 평가하느냐”, “고용기간은 5년밖에 안되느냐”, “연구에 완전 자율성을 주는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달라”며 연구원들의 고용 형태에 큰 관심을 보였다.

메기 박사는 “5년이 지나면 평가위원회로부터 성과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한 성과가 없는 연구원에게도 2년간 추가로 연구비가 지원되고, 성과를 내 재계약 대상이 됐으면서도 계약을 원치 않는 연구원에 대해서도 5년간 연구비가 계속 지원된다고 메기 박사는 덧붙였다.

교수직을 버리고 이곳에 왔다는 그는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어 좋다. 계약직이지만 이곳에서 근무한 사람은 어디에 가서든 교수 자리를 얻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연구자 위주로 돌아간다는 점도 이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징. 연구 방식은 물론 물품 구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연구자들이 스스로 결정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국은 내년부터 기초과학을 위한 과학벨트를 만든다. 외국의 우수한 연구자를 유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이주호 장관의 물음에 메기 박사는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대표단이 과학벨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찾은 미국의 또다른 기초과학시설은 메릴랜드대에 있는 산학연구센터 JQI(Joint Quantum Institute).

지난 11일 오전 찾은 이곳은 미국립표준기술연구원(NIST)과 메릴랜드대가 공동으로 출자해 운영하는 연구센터로, 주로 양자컴퓨터 등 양자를 이용한 정보처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연구센터 관계자는 “양자역학과 양자정보이론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라며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양자를 이용하면 세상의 모든 암호를 풀 수 있고 반대로 아무로 풀 수 없는 암호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는 기존 전자 기반 컴퓨터의 성능을 기하급수적으로 향상시킬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받지만 아직은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구센터 역시 “1천 비트(bit)의 양자컴퓨터를 만들면 이론적으로 우주에 있는 모든 입자의 개수를 헤아릴 수 있지만 아직은 6∼16개 비트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미지의 영역에 속해있는 분야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국가와 대학이 이런 연구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연구소 관계자들은 “우리 연구가 언젠가는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전 이 장관은 “미국의 기초연구소들을 보며 많은 영감을 얻어가는 기분”이라며 “우리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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