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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관행 끝내자] “퇴직상관 전화는 대부분 청탁… ‘밥값’ 하겠다는데 거절못해”

[전관예우 관행 끝내자] “퇴직상관 전화는 대부분 청탁… ‘밥값’ 하겠다는데 거절못해”

입력 2011-05-19 00:00
업데이트 2011-05-1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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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 공무원이 전하는 전관예우 실상

“과장이나 국장 등 상관으로 모셨던 분의 전화는 좀 불편합니다. 대부분 무엇인가를 부탁하기 마련이거든요.”(과천청사 고참과장 A씨) “나가신 상사가 부사장 명함 갖고 밥 사고 운동 같이하자고 연락하는데 안 갈 이유가 뭐 있습니까.”(퇴직 관료 B씨) 서울신문이 전·현직 공직자들을 상대로 취재한 전관예우 실상의 한 대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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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서울신문포토라이브러리
금융감독원
서울신문포토라이브러리


●역시 금융당국이 꽃보직

올 초 금융위원회 A과장은 한 금융사에 임원으로 근무 중인 퇴직 공무원 선배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 주 금융위 안건으로 상정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목록에 해당 금융사 안건을 꼭 넣어달라는 부탁이었다. 금융위에서 안건이 승인된 뒤 금융사 내부적으로 밟아야 하는 절차가 있는데 당시 전화를 한 시점이 물리적으로 마지노선이었다. 안건은 부탁대로 올라갔고 해당 금융사는 예정대로 준비를 진행할 수 있었다.

금융사 임원으로 근무 중인 B씨. 임원 취임 직후에 금감원의 미스터리쇼핑(현장모니터링)에서 걸린 영업점의 불완전 판매행위에 대해 담당 국장에게 전화로 “국장, 우리가 잘못했고, 앞으로 고치겠으니 제재 단계를 통보된 것에서 한 단계만 낮춰 달라.”고 부탁했다. 담당 국장은 제재 단계를 한 단계 낮춰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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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수주용’ 청탁도 흔하다. 사업부처의 C 국장은 “전직관료가 대학교수로 자리를 옮긴 경우, 학교차원에서 용역업무를 맡기 위해 얼굴을 자주 내미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청탁은 대형사업을 앞두고도 이뤄진다. 한 퇴직관료는 “토목담당 기술직들이 산하기관을 거쳤다가 일반 건설회사로 나가 있는 경우가 있어요. 정부 턴키 심사할 때 보면 그 사람들을 통해 연락들이 오죠. 도로, 항만 다 마찬가지라고 보면 됩니다. 특혜 대우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선배들이 나가서 ‘밥값’하겠다는 데 매정하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지방공무원 출입차단까지 할 지경

용역과 버금가는 흔한 민원이 바로 자치단체의 예산지원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중앙부처 간부 출신들의 자치단체장 진출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자체 부단체장은 행정안전부에서 내려간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러니 예산철이나 자치단체의 현안이 생길 때마다 행안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을 찾는 지자체장 및 부단체장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각종 교부금을 비롯해 다음 해 예산편성에 힘을 써 달라는 부탁들을 하게 된다. 특히 최근 대형 국책사업의 행방을 두고 몇몇 단체장들은 아예 서울 살림을 차렸을 정도다. 이 때문에 총리실, 행안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위치한 중앙청사는 급기야 과학벨트 입주지 발표날인 지난 17일까지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공무원의 출입을 차단하기까지 했다.

행안부의 한 간부는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급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식구’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부처 출신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제반 재정이나 교부금 지원사업을 진행할 때, 특히 지자체들끼리 경쟁하는 사업주체를 선정할 때는 전직 상관의 청탁이 직접 들어오는 일도 흔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실정은 최유진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공무원 인식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중앙부처 행정직 공무원 1676명을 대상으로 퇴임 상관을 의식해 의사결정을 내린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토부 등 경제관련 부처 공무원이 11%, 사정기관 공무원이 11.6%, 기타 행정서비스 기관 공무원이 15.1%를 차지했다.

이동구기자·부처종합 yidonggu@seoul.co.kr
2011-05-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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