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핵심기술 중국 유출…7천억대 피해

오토바이 핵심기술 중국 유출…7천억대 피해

입력 2011-06-07 00:00
업데이트 2011-06-0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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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을 받고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가 개발한 엔진 등 오토바이의 핵심 기술을 중국의 경쟁사로 빼돌린 국내 유명 오토바이업체의 전 대표이사 등 15명이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공조수사로 검거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는 7일 오토바이 생산업체 A사의 전신인 H사의 전 대표이사 이모(59)씨, A사 기술연구소의 전 소장 허모(48)씨와 전 팀장 이모(46)씨 등 3명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A사가 중국 오토바이업체 B사와 합작설립한 C사의 전 총경리(대표이사)인 유모(69)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영장을 신청하고 A사의 전ㆍ현직 직원 11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와 유씨는 H사가 30여년에 걸쳐 531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오토바이 11개 기종의 엔진 제작도면 등을 2007년말부터 2010년 초까지 빼내 이 가운데 250㏄ 등 2개 기종의 엔진 제조기술을 중국 B사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 등이 그 대가로 중국 B사로부터 12차례에 걸쳐 31억2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A사에서 근무하던 핵심 직원들이 퇴사해 별도 회사를 만든 사실을 파악하고 산업기술 유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 경찰과 함께 조사에 착수했다.

이씨와 유씨는 H사가 2007년 3월 국내 다른 그룹에 인수합병되면서 자신들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자 핵심기술을 빼돌리기로 하고 창원에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뒤 기술자료를 몰래 빼내 퇴사한 직원들을 순차적으로 입사시키는 방법으로 기술을 확보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씨와 유씨는 A사 직원들을 한꺼번에 빼내지 않고 각 파트별로 순차적으로 빼가는 방법으로 A사가 보유하거나 개발 중인 기술들을 차례로 확보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렇게 유출된 A사의 오토바이 관련 기술은 50㏄ 저배기량부터 650㏄ 고배기량 엔진까지 11개 기종에 걸쳐 모두 2천895종, 1만6천180개 파일에 이른다.

이 가운데 250㏄ 엔진제조기술 등 2개 기종의 핵심기술이 중국업체로 넘어가 전체 피해금액은 7천500여억원에 달한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중국의 B사는 기존에는 A사로부터 250㏄ 이상 고배기량 엔진 핵심기술을 이전받지 못해 배기량 125㏄ 오토바이밖에 제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씨와 유씨로부터 기술을 넘겨받은 후에는 250㏄ 오토바이를 제작해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모터쇼에 출품하고 수출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A사의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전략기종인 고배기량 오토바이와 전기 스쿠터 등의 관련 기술은 중국에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H사와 A사의 기술고문으로 일하다 오토바이 엔진 설계도면 원본 등을 갖고 이씨와 유씨가 설립한 회사의 기술고문으로 이직한 일본인 N(68)씨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경찰과 국정원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불법 유출한 자료에는 오토바이 엔진 제조기술이 망라돼 있어 모두 유출됐을 경우에는 국내 오토바이 산업의 기반 붕괴 가능성마저 있었지만 다행히 도중에 차단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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