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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훑고간 4대강을 가다-금강

장맛비 훑고간 4대강을 가다-금강

입력 2011-07-17 00:00
업데이트 2011-07-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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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충남 연기군 남면 금강살리기 행복지구 1공구 현장.

 금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 주변에는 수마가 할퀸 상흔이 남아 있었다.수풀은 꺾이고 쓰러져 누군가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황폐해져 있었고 곳곳에는 쓰레기가 쓸려와 있었다.산책로에는 진흙이 5㎝정도 쌓여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발이 푹푹 빠졌다.

 산책로 가에 심긴 3∼4m 높이의 나무 중간에 걸린 쓰레기가 이곳에 물이 얼마만큼 차올랐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불어난 물에 휩쓸려 온 물고기 한 마리가 산책로에 쌓인 진흙에 파묻혀 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어있기도 했다.산책로에서 50여m 떨어진 하중도(河中島) 사면의 토사도 크게 깎여 유실된 채였다.

 이런 모습은 지난 주말 폭우 당시 이곳이 침수된 탓이다.9∼11일 사이 내린 폭우로 평소 1m가 채 안 되는 이 일대 수위가 최고 5.2m까지 올랐었다.이곳은 둑 아래에 있는 ‘하천변’에 속하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잠길 수밖에 없다.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복구하더라도 다시 장마가 오면 밀려온 토사와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1공구 시행사 관계자는 “저지대이다 보니 침수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서울 한강둔치 역시 마찬가지다.하천변 모니터링과 유지 보수는 관리 주체 측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곳은 친수구역이지 근린공원이 아니다”라면서 “가능한 한 생태환경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웅덩이조차 그대로 뒀고 하중도도 변형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행사는 1공구 내 산책로 가로등 350개 모두에 금강 홍수예보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스피커를 완비하는 한편 물가에 인접한 곳곳에 CC(폐쇄회로) TV도 13대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예산을 투입해 CCTV를 설치해가면서까지 침수가 불가피한 지역에 산책로를 조성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주민 박모(47)씨는 “큰 비가 오면 물에 잠길 수밖에 없는 강 둔치에 나무를 심고 산책로를 만든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결국 근시안적 행정으로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됐다”고 비난했다.

 충북 영동-옥천지역 금강살리기 8-1공구 사업장도 공사장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인근 산책로가 움푹 패이고 조경수가 뿌리째 뽑혀나가는 피해를 봤다.둔치 곳곳에 심은 영산홍은 모래와 자갈더미에 묻혀 폐허로 변했고,주변에서 자라던 큰 나무들도 가지가 찢기거나 부러져 아수라장이 됐다.

 보를 둘러싼 둑이 유실되거나 강 옆에 쌓아놓은 토사가 떠내려가면서 배수로를 틀어막아 침수된 곳도 있었다.

 유등지구 생태하천조성사업 공사가 진행 중인 유등천 침산보는 이번 폭우에 물길이 세지면서 보를 둘러싼 한쪽 사면이 8~9m 정도 휩쓸려 유실됐다.부여군 장암면 지토리 611번 국도에 있는 준설토 적치장은 토사가 유실돼 사람의 키 3배가 넘을 정도로 깊게 팼고,주변의 나무들도 토사에 묻혀 있었지만 배수로나 토사유실을 막기 위한 망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여군 세도면에서는 농경지를 높이 올리는 농지 리모델링 사업을 하면서 강에서 준설한 토사를 쌓아놨는데,이번 비로 토사가 유실되면서 배수로를 틀어막아 침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금강 하류지역인 서천지구에서는 피해사례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아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다.일부에서는 둑 공사가 없고 하천부지 내에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나 또 다른 쪽에서는 금강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준설작업 등으로 침수 피해를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여지구에서도 이번 장마에 따른 농경지 침수가 예년보다 짧아져 대체로 저수지 둑 높이기나 준설작업의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세종시 행복지구 1공구에는 나무를 10~20년에 한 번 정도 침수될 정도의 높이에 심어 설계했다”면서 “그럼에도 지난달 22일부터 이번 장마기간 충청지방의 누적강수량이 최대 800㎜에 달하는 등 이례적인 폭우 때문에 어느정도 물이 찰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 피해에 대비해 대부분 갯버들 등 물에 강한 수종을 식재했다”면서 “군데군데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곳은 워낙 오랜기간 비가 내리다보니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 침수된 곳이 많아 현재는 현장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물이 좀 드나들만큼 빠지면 중장비를 동원,복구작업을 실시하는 한편 전체 피해규모를 집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의 양흥모 상황실장은 “세종시 행복지구 공원의 경우 준공률이 90%가 넘어 4대강 사업 중에 가장 높은데 이번 장마로 산책로나 목재데크에 유실된 토사들이 덮치면서 재정비가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비가 올 때마다 흙이 유실되고 흙이 쌓이면 다시 준설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4대강 사업이 준공된 이후에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민단체에서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났다”면서 “금강과 주변 일대,지류 하천까지 각종 시설물들을 정밀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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