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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에 묻히고 물속에 버리고…지자체들 예산 낭비

잡초에 묻히고 물속에 버리고…지자체들 예산 낭비

입력 2011-07-25 00:00
업데이트 2011-07-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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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건설,,도로, 체육ㆍ복지시설 등 흉물 방치되거나 애물단지

최근 원형복원된 거북선의 수입 목재 사용의혹 등으로 경남도의 ‘이순신 프로젝트’가 좌초위기를 맞은 것을 계기로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 낭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경남도는 이순신 장군을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삼겠다며 2007년부터 임진왜란 당시 조선수군이 먹었던 음식을 재현한 ‘이순신 밥상’ 체인점 사업, ‘1%의 가능성에 도전한다’는 거북선 잔해찾기, 오페라 제작 등의 사업을 벌였으나 사실상 실패로 끝나는 등 곳곳에서 문제를 드러내 결국 프로젝트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특히 이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인 거북선과 판옥선 원형복원 사업은 수입목재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사실이 드러나고 있어 그동안 들인 40억원의 예산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이 같은 예산 낭비는 이순신 프로젝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자체들이 제대로 된 사전 수요조사 없이 무턱대고 지은 체육시설, 복지시설, 문화시설물들이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흉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 잡초에 묻힌 체육시설ㆍ도로 = 25일 각 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창녕군이 2009년 창녕읍 옥천리에 3천만원을 들여 조성한 게이트볼장은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무성하게 자란 잡초 속에 방치돼 빈축을 샀다.

최근 군의회에서 문제를 지적하자 잡초를 제거했지만 마땅힌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천시는 2000년에 수천만원을 들여 사천강 둔치에 족구장과 배드민턴, 배구 등을 할 수 있는 코트 2면을 조성했지만 잡초만 무성한 상태다.

강과 2~3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운동을 할 수 있는 여유공간이 부족해 활용도가 낮자 또다시 예산을 투입해 코트 1면은 없앴지만 나머지 1면은 여전히 무용지물이다.

거창군이 1995년에 28억원을 들여 거창군 가북면과 합천군 가야면을 잇는 길이 3.1㎞, 폭 8m의 도로 공사를 착수했으나 3년만인 1998년 중단된 이후 16년째 방치되고 있다.

도로가 해인사 소유 땅을 통과해야 하지만 해인사측의 반대에 부닥쳐 거창군 구간만 개설된 채 잡초 속에 방치돼 있다.

◇ 복지시설 지었지만 활용도 낮아 애물단지= 진주시는 지난해 4월 내동면 삼계리 2만5천여㎡에 149억원을 들여 여성웰빙센터를 준공했지만 15개월이 넘도록 활용도 못하고 있다.

헬스장, 피트니스실, 식당, 전시공연장, 건강쉼터, 요리전문교실, 세미나실 등을 갖췄지만 정작 운영 예산이 없어 건물을 놀리고 있다.

함안군은 10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칠원면 구성리 7천300여㎡에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의 사회복지관을 지난해 6월 준공하고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대강당의 경사도가 심한데다 누수까지 발생해 준공 후에 추가 예산을 투입해 재시공 및 보수작업이 계속되는 때문이다.

사천시가 2003년 17억원을 들여 대방동 삼천포대교 공원에 설치한 특산물판매장은 입주자가 없어 수년간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돼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판매장은 현재 1층에만 건어물 가게가 입점했을 뿐, 2층은 시 사무실로 쓰고 있는데다 3층은 비어있어 변변한 임대료도 못받고 있다.

남해군은 2008년 70여가구가 사는 남면 평산1리에 정부지원금 3억원을 들여 ‘어업인회관’을 지었으나 기존 마을회관 옆에 위치해 쓸모가 없어 마을 어촌계에서 횟집으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씨름팀이 단 1곳도 없는 하동군은 2009년 2억2천여만원을 들여 산지 옆에 씨름장을 만들었다가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로 씨름장이 무너져 다시 지었으나 전지훈련팀 유치를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 마구잡이 건립 문화시설들 흉물될 처지 = 하동군은 2008년에 25억원으로 하동읍 흑룡리에 팬션형 주택 17채 등 예술촌을 건립하기 위해 부지를 조성했으나 분양이 되지 않아 시공업체가 공사를 중단한 채 흉물로 방치됐다.

최근 시공업체가 다시 주택 건립를 진행하고 있으나 분양이 쉽지 않은 상태다.

남해군도 2003년 13억여원을 들여 삼동면 봉화리에 전통문화예술촌을 조성했으나 분양이 안돼 4년간 방치하다 원예촌으로 용도를 변경해 분양했다.

양산시는 1999년에 국비 등 113억원을 들여 하북면 일대 종합전시동과 창작동 등을 갖춘 예술촌 조성공사에 착수해 2005년 종합전시동을 완공했지만 3년간 단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고 창작동은 애초 계획한 53채 가운데 25채만 건립됐다.

양산시는 현재 종합전시동의 공간 중 절반 정도를 여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남부센터에 무상임대하고, 나머지 절반의 공간에서 2차례 전시회를 여는데 그쳤다.

산청군은 생초면 생초국제조각공원에 20억원을 들여 2008년 산청박물관을 완공했으나 2년이 넘도록 전시유물이 부족해 문을 열지 못하다가 지난 4월에야 박물관 등록기준인 유물 100점을 겨우 넘긴 108점을 확보해 임시개관했으나 찾은 이가 별로 없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 집행 책임제 필요 = 지자체들의 이 같은 예산낭비 사례는 대부분 선출직 단체장들의 업적 쌓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 용역기관들이 정확한 수요예측보다는 용역을 발주한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불필요하게 예산을 사용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은 “이순신 프로젝트의 경우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자신의 리더십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출발한 사업”이라며 “선출직 단체장들은 정치적 입지를 위해 치적쌓기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임기가 끝나더라도 정책에 심각한 잘못이 드러나면 이 부분에 대해 냉정한 비판과 평가를 통해 책임지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며 “용역기관에 대해서도 실제 수요조사 등에서 잘못이 있을 경우 책임을 묻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남대 지역문제연구소 서익진 교수는 “선출직 단체장들은 치적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국비지원사업은 먼저 따먹는 게 임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불필요한 사업인데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사업비가 많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은 계획수립 단계부터 민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수익성이나 타당성 용역 등에도 일반시민들이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해 사업 추진에 따른 효과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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