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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은 앞이 캄캄했는데… ‘온정의 손길’에 힘

그날밤은 앞이 캄캄했는데… ‘온정의 손길’에 힘

입력 2011-07-31 00:00
업데이트 2011-07-3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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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민박 산사태 자원봉사자들 복구작업 ‘구슬땀’



”그날 밤 대피소로 떠날 때 ‘도와줄 사람 하나 없겠구나’ 싶어 앞에 캄캄했는데, 오늘 이렇게 다들 와서 도와주니 뭐라고 감사의 말을 해야할지..”

폭우로 13명의 고귀한 생명이 숨지는 최악의 산사태와 침수 피해를 입은 춘천 신북읍 천전리 일대에는 31일 오후 고무장화를 신은 자원봉사자 수십명이 부슬부슬 내리는 빗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작업을 벌였다.

복구작업이 시작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산사태 피해를 입은 천전5리 춘천댐 입구길은 여전히 토사로 진흙탕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쉴새 없이 삽질을 하고 있는 피해 건물들 안에서는 토사와 가재도구와 쓰레기가 한데 뒤섞여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춘천 각지서 모인 민간 봉사자들은 무릎까지 진흙이 차 올라 장화 안이 젖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흙을 퍼 날랐다.

진흙이 묻은 가재도구들을 깨끗한 물로 씻는 작업을 하던 최지수(16.남춘천여중 3학년)양은 다리에 묻은 흙을 쓰윽 문지르며 “나중에 씻으면 되죠”라고 해맑게 웃었다.

최양은 “주중에는 학원에 가느라 못 왔는데 주말이라 아버지와 함께 나왔다”며 “텔레비전에서 볼 때보다 피해가 큰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최양 외에도 이날 천전리에는 오전 9시께부터 춘천시 자원봉사센터, 춘천시 재향군인회, 자율방범대, 자원봉사단체 ‘만남’ 등에서 9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복구작업에 참여했다.

신북읍 부녀자회에서 나온 유혜자(62)씨는 온종일 서서 복구작업을 하는 봉사자들을 위해 컵라면에 물을 붓고 커피를 타 나르고 있었다.

춘천댐 인근 용산리에 사는 유씨는 자신의 집 앞 도로가 무너져 걱정이라면서도 산사태 피해 건물을 가리키며 “어제 하루 토사 제거 작업을 하고 좀 정리가 되나 했는데 저렇게 또 쏟아져 나온다”며 한숨을 쉬었다.

침수피해를 겪은 천전5리에서는 자원봉사단체 ‘만남’에서 나온 20~50대 회원 30여명이 집 안에 들어찬 빗물을 양수기로 퍼내고 있었다.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복구작업에 필요한 삽, 장갑, 드릴을 직접 준비해온 이들은 망연자실한 주민들을 대신해 물에 젖은 장판을 걷어내고, 가전제품들을 꺼내 옮겨 닦고, 반쯤 무너진 우사를 수리했다.

이 봉사단체 춘천지부 대표 최정식(40)씨는 “주민들의 마음에 미칠수야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면서 같이 돕고 있다”며 “중장비가 없어 더 많이 도와드릴 수 없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지켜본 주민들은 “고생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밥 한 끼 제대로 대접해줄 수 없는 게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침수피해를 겪은 박상복(71)씨는 “봉사자들이 아니면 이 정도 정리하는 것도 어림도 없는 일”이라며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해 당일 간신히 몸만 피신했다는 백상근(54)씨 또한 “그날 밤 비를 맞으며 대피소로 떠날 때 ‘도와줄 사람 하나 없겠구나’ 싶어 앞에 캄캄했는데, 오늘 이렇게 다들 와서 도와주니 뭐라고 감사의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씨는 “40년 동안 여기 살면서 내가 이런 일을 당하고 또 이런 도움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나도 나중에 수재민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뼈저리게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천전리 수해 복구작업에는 굴착기 7대와 덤프트럭 6대 등이 동원됐으며, 사북면 지암리·서면 당림2리·신북읍 천전리 등 춘천시내 수해 지역 전체에는 굴착기 등 장비 36대와 공무원, 자원봉사자 200여 명이 투입돼 복구작업을 벌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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