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주민 “살다살다 이런 억수비는 처음”

정읍 주민 “살다살다 이런 억수비는 처음”

입력 2011-08-10 00:00
업데이트 2011-08-10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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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410mm ‘물폭탄’으로 터전 잃을 처지



”아무리 막고 퍼내도 밀물보다 더 빨리 물이 밀려들어 몸만 겨우 빠져나왔어. 그런데 이 물을 어떻게 다 퍼낼 수 있을까? 살림은 또 어떻게 다시 마련할까?”

정읍시내를 흐르는 정읍천 바로 옆 야산 아래 대실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차영준(61)씨는 9일 낮 쏟아진 물폭탄을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정읍에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무려 410mm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정읍천변 야산 아래 저지대에 있는 차씨 집은 물에 절반 이상 잠겼다. 이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을 처지가 돼 버린 것이다.

차씨는 평생 이번처럼 많이 내린 비를 본 적이 없고, 급박하게 집에서 겨우 몸만 빠져나온 경우도 처음이다.

차씨는 어쩔 수 없이 이날 밤은 친척집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대실마을 이웃 45세대 90여명도 비슷한 처지가 됐다. 다행히 밤 8시 넘어서면서 비가 그치고 공무원과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마을을 뒤덮었던 물을 빼냈지만 마을 주택은 여전히 방마다 흙탕물이 넘실대고 마당과 출입로는 무릎까지 빠진다.

차씨는 장대비가 쏟아지던 오후 2시께 아내와 함께 집에 있다가 갑작스러운 밀려든 큰물에 놀랐지만 ‘살림살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바가지로 쉴새 없이 물을 퍼냈다. 하지만, 물은 삽시간에 늘어났고 차씨와 아내는 황급히 집을 나왔다. 둘러보니 사방이 물바다였다.

차씨는 지금 폭우로 자칫 삶의 터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만 하다. 당장 내일 새벽부터 집안 곳곳에 남겨진 물을 빼내야 하지만 인력만으로 그 많은 물을 퍼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또 버려진 세간을 어떻게 다시 마련할지도 큰 고민이다.

”살다살다 이런 억수 같은 비는 처음이다”는 차씨는 “어쨌든 또 살아봐야죠. 집안에 남은 게 별로 없지만 어떻게든 되찾고 고쳐 살림을 다시 꾸려봐야죠”라며 늦은 밤까지 바가지로 쉴새없이 물을 퍼냈다.

정읍기상대는 이날 오후 7시30분까지 정읍에 이날 하루 417mm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밤부터 소강상태를 보인 뒤 이뜯날 아침부터 비가 또 오겠다고 예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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