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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한국판 CSI’

新 ‘한국판 CSI’

입력 2011-08-17 00:00
업데이트 2011-08-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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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으로 본 2012년 수사현장은

‘한국판 과학수사대(CSI)’가 새롭게 탈바꿈한다. 내년부터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도입해 범죄 해결 능력을 한층 높일 방침이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처음으로 ‘증거 검색견’을 동원, 냄새 및 체취를 추적하기로 했다. 손가락 지문과 함께 손바닥 지문인 장문(掌紋)을 분석, 용의자를 찾아내는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게다가 범죄분석실까지 갖춘 ‘최첨단 과학수사차량’도 자체 개발할 계획이다. 예산 3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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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목격자와 피해자 진술에 의존하던 수사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1년여 뒤 바뀔 수사현장을 미리 가봤다.

2012년 10월.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수사관들이 ‘달리는 현장증거분석실’로 불리는 과학수사차량에 올랐다. 차량 내부의 검색 시스템실에서는 용의자의 협박 목소리가 담긴 휴대전화 음성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는 사이 범인의 목소리 분석이 끝나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

30분쯤 뒤 수사관들이 연쇄절도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의 한 단독주택에 도착했다. 지문이나 족적은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창문틀에서 손바닥 지문을 채취할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분석이 불가능한 증거다. 하지만 이제는 용의자와의 비교 분석이 가능해 유력한 증거로 활용되고 있다.

수사관들은 전자지도를 꺼내 이전 절도사건 발생 지역과 대조하며 지리적 프로파일링(범죄 현장의 위치를 기반으로 용의자의 위치 및 예상 범죄지를 식별해 내는 방법)을 시작했다. 사건들이 반경 10㎞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점, 주말과 오전 9시~오후 7시가 아닌 시간대에 발생하는 점에 주목해 어렵지 않게 용의자를 추정했다. 가정을 가지고 있고, 직장이 있는 ‘인근 주민’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곧바로 증거 검색견 ‘다루’를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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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들이 특수 진공 캡슐에 절도 현장의 공기를 채집한 뒤 이 냄새를 다루에게 맡도록 했다. 곧이어 현장 주변을 탐색하던 다루가 한 집 앞에서 짖었다. ‘범인이 있다.’는 사인인 것이다. 40대 가장이자 직장인인 A씨의 집이었다. 그 사이 차량에서 찍은 손바닥 지문의 분석도 완료됐다. A씨와 일치했다. A씨는 범행 3시간 만에 검거됐다. 수사관들은 수사과정과 담당자 연락처가 적힌 알림 카드를 피해자에게 전달하고, 감식 현장을 정리한 뒤 자리를 떠났다.

경찰은 ‘절도현장 감식·클리닝·결과통보제’도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 ‘감식한다고 집안을 어지럽히고, 수사과정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등의 민원이 잇따른 데 대한 조치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수사관들은 감식 뒤 침입경로와 증거 채취 위치 등 처리 과정과 담당 수사관의 이름이 적힌 알림 카드를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감식 약품으로 오염된 현장도 특수약품으로 청소하고 떠나야 한다. 경찰은 장문의 경우 손가락 지문처럼 공인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일단 수사를 위해 범죄 현장과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자료화해 나갈 방침이다.

최용석 과학수사계장은 “냄새 증거는 법정 증거 채택까지 많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이지만 수사방향 설정과 용의자 특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법최면 등 12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드는 매뉴얼과 연구모임 창립, 미세 증거물 수사지원 시스템 등도 이르면 내년에 선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1-08-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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