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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교적 노력’ 헌법적 의무 확인

정부 ‘외교적 노력’ 헌법적 의무 확인

입력 2011-08-31 00:00
업데이트 2011-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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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행정권력의 부작위(不作爲)라고 판단했다. 국가의 마땅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의 쟁점은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이 어디까지인가였다. 청구인 측은 외교적 보호권이 국가의 권리이기는 하지만 절대적 재량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외교통상부는 “외교적 보호권의 행사 여부와 방법에 대해서는 국가의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된다.”면서 “분쟁해결 수단의 선택은 국가가 국익을 고려해 외교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는 의견을 냈다. 일본의 반인도적 불법행위가 협정만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양국 간 외교문제와 소모적인 법적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셈이다.

 실제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성도 정부 측 입장을 뒷받침했다. 국가가 어디까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지, 외교적 보호권에 대한 국가의 재량권이 어디까지인지도 선을 긋듯 결정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전쟁 이후 피해 사실과 규모를 일일이 조사해 규명하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국가 간에 일괄적으로 청구권 문제까지 타결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의 일반적인 협정 관행이라는 주장은 이러한 현실론을 근거로 한다. 정부는 일본에 금전적 배상 대신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역사교육, 사죄 등을 요구했던 만큼 그 의무를 다했다고 봤다.

 그러나 헌재는 정부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는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분쟁이 있을 경우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이에 실패했을 때 중재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배상청구권은 단순한 재산권 문제가 아닌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침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국가가 이를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청구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재산권 등 기본권의 중대한 침해 가능성, 구제의 절박성 등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정부)은 이러한 작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재량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헌재는 정부가 외교 관계의 불편이라는 ‘매우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사유’를 이유로 피해자 구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정부에 특정한 방식의 절차를 요구하거나 법적인 강제 의무를 부과한 결정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헌법적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헌재 결정과 관련, “해결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한·일 외교 채널과 국제무대 등을 통해 일본 측의 책임 있는 대응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경·안석기자 c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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