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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도가니 국감’… 인화학교 솜방망이 판결 질타

대법원도 ‘도가니 국감’… 인화학교 솜방망이 판결 질타

입력 2011-10-06 00:00
업데이트 2011-10-0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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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불능, 독소조항 변질”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영화 ‘도가니’로 촉발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의 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졌다. 특히 법원이 장애인 성범죄의 구성 요건인 ‘항거불능’을 소극적으로 해석한다는 지적과 함께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5일 국감에서 “최근 9년간 장애인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5명 중 1명은 항거불능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 판결이 났다.”며 항거불능 조항에 대한 사법부의 적극적인 해석을 요구했다. ‘신체·정신적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형법 제297조(강간) 또는 제298조(강제추행)에서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 성폭력 특별법이 입법 취지와 다르게 피해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폭행 범죄를 바라보는 법원과 국민 간의 온도 차도 문제로 들었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참여재판의 성범죄 실형률이 70.9%로 성범죄 양형 기준을 강화한 이후 일반재판 실형률 45.8%보다 높았다.”면서 “성범죄는 국민 법감정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의무화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의원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항거불능 조항을 법원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 가해자가 무죄 등을 선고받게 하는 독소조항으로 변질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항거불능 조항을 삭제해도 상관없을 것”이라면서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도 일본이나 영국, 미국 등처럼 우리나라도 폐지하는 것이 옳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은 인화학교 사건과 관련, “법원이 기가 막힌 일을 저질렀는데도 반성하진 못할망정 변명만 하려 한다.”면서 “사과할 건 사과하라.”고 대법원 측을 몰아붙였다.

대법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4일 양형위원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기수 양형위원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성범죄 양형 기준을 수정했지만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촉발된 국민 여론을 양형 기준에 반영하기 위해 오는 24일 양형위 임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임시회의에서는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 양형 기준의 보완 필요성 및 방법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영화 ‘도가니’와 실제 사건이 다소 차이가 있음을 전제한 뒤 “성폭력 범죄는 마지 못해 합의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 사건의 합의와 다르게 다루는 등 특수성을 양형에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겠다.”면서 “하급심을 강화해 판결이 잘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소시효 개정과 관련해서는 입법부의 권한임을 주지시키면서 “폐지하거나 아동이 성인이 된 이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적절히 개정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사법부가 성폭행 사건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아들인다.”면서 “성범죄 관련 법률이 정비되고 엄격한 양형 기준이 시행되면 법관의 양형 감각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보석조건부 영장제 도입 여부도 논란이 일었다. 이정현 의원은 “돈 많은 사람은 죄 지어도 돈 쓰고 전관 써서 빠져나가고 특별면회, 병보석, 가석방도 잘 받는다.”면서 “가진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게 된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로 도입해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처장은 “대법원에서는 제도 개선을 위해 꾸준히 연구해 왔다.”며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2011-10-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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