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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들, 대학 대신 취업문 두드린 까닭은?

고3들, 대학 대신 취업문 두드린 까닭은?

입력 2011-11-28 00:00
업데이트 2011-11-2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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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고졸 사무관리직 면접장 가보니

“대학 자체가 아니라 졸업한 뒤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저의 꿈을 대우조선해양에서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고졸 채용에 지원했습니다.” “언니가 이미 대학에 다니고 있어 나마저 진학하면 부모님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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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빌딩에서 진행된 고졸 사무관리직 채용 면접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27일 오전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빌딩에서 진행된 고졸 사무관리직 채용 면접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27일 오전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빌딩 3층 회의실. 남상태 대우조선 대표이사와 면접관들이 자리한 회의실에 3명의 남녀 응시자들이 두 손을 모은 채 앉아 있다. 일반적인 입사 면접에서 보기 어려운 캐주얼복 차림에 아직 10대 티를 벗지 못한 이들의 얼굴은 한껏 굳어 있었다.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합시다.” 남 대표가 미소를 띤 채 말을 건네자 실내에 감돌던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졌다. 내년 2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응시자들은 이윽고 10대 특유의 발랄하면서도 솔직한 말투로 대학이 아닌 대우조선을 선택한 ‘쉽지 않은 결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날 면접은 대우조선의 고졸 사무관리직 채용을 위해 진행됐다. 100명을 뽑는 이번 공채에 지원한 학생들은 3199명. 이 중 서류전형을 통과한 6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진행된 면접에 응시했다. 서울에서만 이날 98명, 전날 120명이 참석했다.

이번 전형을 통해 채용되는 이들은 기술직이 아닌 설계, 재무, 인사 등 사무관리직으로 일하게 된다. 때문에 일반계와 실업계 비율이 비슷하다. 일반계에서도 절반 정도가 문과 출신이다. 응시자 대부분은 최근 수능에 응시했다. 최종 합격자는 다음달 말쯤 발표된다.

응시자들의 내신 성적은 대부분 1~4등급 정도의 상위권. 그렇다면 왜 이들은 대학이 아닌 기업을 선택했을까. 강보라(미림여고 3학년)양은 “대학 생활은 일생에서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라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4년 빨리 사회에 진출해 전문 분야를 배우면서 취업난도 극복하는 게 더욱 가치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형상(문정고 3학년)군은 “같은 성능이라도 더욱 유려하고 멋있는 배를 내 손으로 디자인하고 싶어 지원했다.”면서 “대학에 진학한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열심히 일해 언젠가 대우조선을 업계 1위로 올려놓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학등록금 부담 역시 대우조선 고졸 채용에 응시자들이 몰린 또 하나의 배경이다. 한 응시자는 “언니가 이미 대학에 다니고 있어 나마저 진학하면 부모님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당장 대학에 안 가더라도 입사한 뒤에라도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고졸 채용자들의 초임 연봉은 2500만원 정도. 5000만원 선인 대졸 초임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남자 직원 기준으로 이들이 7~8년 뒤 대졸 사원과 비슷한 연령대가 되면 연봉 역시 비슷한 정도로 올라가게 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고졸 사원들을 많이 뽑겠다는 목적보다도 대졸 사원들이 대학에서 공부할 시간에 회사에서 전문 교육을 받고 업무 현장에 뛰어든 이들이 더욱 큰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면서 “이번 채용이 국내에서도 고졸 취업의 문이 더욱 넓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1-11-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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