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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합격하고도 가슴만 새까맣게

대학 합격하고도 가슴만 새까맣게

입력 2011-11-28 00:00
업데이트 2011-11-2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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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중앙고 남녀 학생 2명 등록금 마련못해 ‘발 동동’

대학 수시에 붙고도 어려운 살림살이 때문에 기뻐할 여력조차 없는 남녀 고등학생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기 동두천중앙고등학교 이모 교사는 지난 10월 중순, 제자 이가연(가명·17)양의 동국대 합격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가연이는 눈물만 떨궜다.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단 둘이 어렵게 살고 있는 그에게 500만원에 가까운 대학 첫 등록금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기 때문이었다.

술만 들어가면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돌아가셨다. 철부지였던 그는 1급 시각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위해 “이제는 달라져야 겠다.”고 다짐했다. 홀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 때문에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전교 8등의 성적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장학금도 받았다.

대학 등록금을 미리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정부에서 받은 생활보조금 중 일부를 착실히 모았다. 어려운 살림살이 때문에 경제학을 전공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꿈도 갖게 됐다. 어머니 수발에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수강이나 과외는 꿈도 못 꿔봤지만 보란 듯이 동국대 경제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같은 학교 손명훈(가명·17)군은 대학 2학년생 누나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부모의 이혼과 가출로 고아 아닌 고아가 됐지만 누구보다도 밝고 성실하게 학교 생활을 이어갔다. 중학교 때는 전교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성적도 올랐고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명훈이는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전형으로 수시전형에 응시해 동국대와 가천대 두 곳에 동시에 합격했다. 그러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데다, 감면 혜택을 보더라도 절반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40만원에 이르는 가등록금 납부일이 하루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명훈이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이 학교 박철우 교무부장은 “가연이와 명훈이는 어렵게 자랐지만 자존심이 세다.”면서 “이들이 스스로 열어젖힌 대학문을 무사히 밟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2011-11-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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