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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어이없이 풀려난 21년전 탈영병

법정서 어이없이 풀려난 21년전 탈영병

입력 2011-12-26 00:00
업데이트 2011-12-2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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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발장 오류ㆍ검찰 서류실수로 ‘공소기각’

탈영을 반복하며 21년 넘게 병역의무를 회피해온 40대 남성이 최근 붙잡혔다가 검찰과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법정에서 풀려나는 일이 벌어졌다.

26일 법원 등에 따르면 1989년 군에 입대한 김모(40)씨는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전투경찰로 복무하라는 배치명령을 받았다.

선임자의 잦은 구타와 고된 시위진압 근무를 견디지 못하고 1년 뒤 탈영한 김씨는 8년 만인 1998년 붙잡혀 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고 재복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린 전경들과 함께 근무해야 하는 분위기에 영 적응하지 못했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혼나는 일도 잦았다.

이번에도 몇 달 버티지 못한 김씨는 특별외박을 받아 나가고는 또 근무지를 이탈, 소속 부대와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탔다.

김씨는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수배까지 당하자 고향인 대구에서 병원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꼭꼭 숨어 지냈다.

하지만 지난 5월 이웃의 음식점 개업식에 참석하러 가던 길에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체포돼 13년의 도피행각이 끝났다.

검찰은 경찰이 미리 제출한 고발장에 따라 김씨를 전투경찰대설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문제는 법정에 와서 생겼다. 김씨의 변호인이 고발 주체를 문제 삼고 나섰다.

변호인은 “복무이탈자를 처벌하려면 현행법상 경찰서장 명의의 고발이 필요한데, 이 사건 고발장은 방범순찰대 행정소대장이 작성해서 무효”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고발장에 첨부된 서류가 잘못 확대출력돼 내용이 누락됐다고 판사가 지적하자 검사는 ‘원본’이라며 원래의 것과 전혀 다른 서류를 제출했다가 문제가 되는 등 재판과정이 시종 엉성하게 진행됐다.

결국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안성준 판사는 지난 16일 “이 사건 공소사실은 부적법한 고발에 기한 것이어서 무효”라며 공소를 기각했고 김씨는 풀려났다.

김씨는 다음달 만 40세 생일이 지나면 병역법상 병역의무가 사라지게 된다.

공소기각 판결이 나오자 검찰과 경찰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기각) 이유는 고발권자가 잘못됐다는 점이 크다”고 경찰의 고발장 오류를 지적했다.

이어 “서류 제출 부분에서는 다퉈 볼 여지가 많지만 애초 고발권자가 잘못된 것부터 무효라 항소를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애초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면서 (고발장을 검토하고) 보완수사 지휘를 내려야 했다. 경찰 탓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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