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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나중에 준다’ 횡포에 절도한 소년가장

’월급 나중에 준다’ 횡포에 절도한 소년가장

입력 2011-12-28 00:00
업데이트 2011-12-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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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너무 필요해서 그랬어요.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서울 광진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앳된 얼굴의 김모(17)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얼굴을 들지 못했다.

김군은 지난달 21일 오후 4시께 서울 광진구의 한 주유소에서 일을 하다 동료 사물함에 있던 각각 100만원과 30만원 상당의 시계 두 개를 훔쳐 28일 불구속 입건됐다.

절도 이유를 추궁하는 경찰에게 김군은 “생활비가 없어 훔친 시계를 팔아 돈을 마련하려 했다”고 말했다.

김군은 어린 시절 가정불화로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생계를 내팽개치자 고등학교도 등록금을 내지 못해 그만두고 여동생(16)을 돌보며 가장 역할을 해왔다.

하루 10시간씩 주유소에서 일하다 몸이 너무 고단해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김군에게 주유소 주인은 “그만두면 그동안 일한 임금은 3개월 뒤에 주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돈을 받지 못하게 되면 당장 도시가스마저 끊긴 집의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던 김군은 결국 동료의 시계를 몰래 들고 나왔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군은 “내가 돈을 안 벌면 생활비를 댈 사람이 없는데 주유소 월급을 받지 못할까 봐 나쁜 마음을 먹었다.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를 담당한 경찰관은 풀이 죽어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김군을 보다 못해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된다. 얼굴 들고 어깨 펴고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라. 가정 형편이 힘들어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네게 달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군이 지난 23일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후 경찰의 권고를 들은 주유소 주인은 월급 150만원 가량을 지급했고 김군은 이 돈으로 훔친 시계 값을 물어줬다.

경찰 관계자는 “진지하고 성실한 학생인 것 같은데 안타깝다. 하지만 사정이 딱하더라도 절도는 명백한 범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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