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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 인정한 이영호… 윗선 향하는 檢수사 차단 나선 듯

‘막후’ 인정한 이영호… 윗선 향하는 檢수사 차단 나선 듯

입력 2012-03-21 00:00
업데이트 2012-03-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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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수 폭로 뒤 이영호 긴급 기자회견 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 “내가 몸통이다.”라며 막후 세력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로 제기된 ‘윗선’을 자신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자신이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용어자체를 정치공작으로 몰아붙였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다른 윗선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뚜렷하게 드러낸 셈이다.

이 전 비서관은 기자회견에서 줄곧 격앙된 상태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장 전 주무관이 지난 4일 이후 폭로한 내용의 상당 부분을 인정했다. 수사의 주요 쟁점인 자료 삭제 지시와 금품 제공과 관련, “내가 지원관실 직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 삭제를 지시한 몸통이고,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건넨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자신이 지원관실을 움직인 비선조직이라는 사실을 밝힌 셈이다. 복수의 전·현직 총리실 관계자들도 “지원관실은 이 전 비서관이 당시 여권 실세 박영준씨 등과 함께 출범시킨 사실상의 비선조직”이라고 밝혀왔던 터다. 그러나 “개인신상 정보가 들어 있어서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정혼란이 야기될 우려”라는 이유를 대며 “증거인멸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증거인멸은 “하드디스크에 감춰야 할 ‘불법 자료’가 있어서 삭제를 지시한 것은 결코 아니다.”는 논리로, 장 전 주무관에게 제공한 2000만원은 “선의의 뜻”으로 개인 차원에서 도와줬다고 해명했다. 특수활동비 상납 부분도 “사실무근”이라고 둘러댔다. 불법 사찰과 지원관실 특수활동비 유용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법적 처벌을 모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발언이라는 관측이 적잖다. 검찰 관계자도 “관건은 민간인 불법 사찰에 개입했는지, 삭제 지시한 자료가 불법 자료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면서 “자료 삭제 지시 자체를 증거 인멸로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원관실의 전신은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조사심의관실의 폐지를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총리실 관계자는 “2002~2006년 조사심의실관실이 이 대통령과 주변인사들을 집중조사, 이 대통령 측근 A씨가 사표를 내기도 했다.”면서 “사찰 피해를 몸소 겪었던 이 대통령에게는 조사심의관실이 눈엣가시였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조사심의관실은 촛불시위 여파로 2008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로 재탄생했다. 공직사회를 대대적으로 감찰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부터 지원관실은 이 전 비서관에 의해 휘둘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한 관계자는 “과거 공직감찰은 대부분 ‘민정’의 통제를 받았지만 지원관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노동’ 라인인 이 전 비서관을 통해 많은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형식상 이 전 지원관의 공식 보고라인은 총리실 내에서는 김영철(2010년 사망)·권태신 사무차장, 청와대에서는 이강덕·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전 비서관을 주축으로 한 청와대와 총리실의 고용노동부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비공식 라인이 형성됐다. 지원관실은 민간인 사찰 파문 이후 2010년 7월 현재의 공직복무관리관실로 명칭이 바뀌었다.

김승훈·최재헌기자 hunnam@seoul.co.kr

2012-03-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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