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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 600주년 기념관 총장동판에 이완용-박제순 등 게재 논란

성대 600주년 기념관 총장동판에 이완용-박제순 등 게재 논란

입력 2012-03-23 00:00
업데이트 2012-03-23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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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동판에 새겨진 역대 총장 가운데 이완용-박제순 등 친일파의 이름이 오른 사실을 둘러싸고 학내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의 이름을 굳이 동판에 새겨 기려할 필요가 있냐고 지적하는 이들과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라는 이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들의 이름을 동판에 새겨 기려야할 필요가 있을까요?”

성균관대생 A씨는 서울 종로구 명륜캠퍼스 600주년 기념관 현관에 걸린 ‘역대 600년 성균관대학교 총장’ 동판에서 을사오적 이완용과 박제순의 이름을 찾아 가리키며 씁쓸하게 말했다.

A씨는 “동판 제작 당시 이완용 등을 빼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일제 강점을 정당화하는 논리인 황도유학(皇道儒學)의 본거지였던 과거를 반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도유학은 충군애국과 충효의 실천윤리를 강조하는 유교 이론을 빌려 일본 식민통치를 정당화하고 천황에 순종하는 선량한 신민(臣民)을 만들고자한 이론이다.

성균관은 일제 강점기 황도유학을 앞세워 독립운동을 비판하고 국방헌금, 황군위문, 징용징병과 정신대 동원격려, 공출장려 등을 하는 친일유림의 거점 역할을 했다.

실제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당시 총장 명단을 보면 을사오적인 이완용과 박제순은 물론 윤덕영, 김윤식, 정만조, 박상준, 이경식 등 일본 식민지배 정당화에 앞장섰던 친일파들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박제순은 한일합방 이후 경학원(일제가 성균관을 개편한 이름) 대제학에 올라 총독정치를 선전하는데 앞장섰다. 이완용은 구한말인 1890년대 최고 책임자인 대사성을 지냈다.

일제는 성균관을 교육기능이 제외된 경학원으로 개편한 후 조선총독부 교화기관으로 앞세웠다. 대신 황도유학을 선전하기 위해 부속기관으로 교육기능을 가진 명륜학원을 설립·운영했다

친일유림 양성소 역할을 하던 명륜학원을 1945년 해방 직후 조선 유학계의 거두이자 독립운동가인 심산 김창숙 선생이 친일세력을 숙청하고 개편한 것이 성균관대다.

학생들은 학교측의 안이한 역사의식을 지적하는 이들과 문제될게 없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재학생 이모(20)씨는 “동판에 이완용 등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지 몰랐다”며 “역사를 기리기 위해 만든 기념물에 친일파 이름을 담겨 있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학생 박모(25)씨는 “학교에 친일의 역사가 있었단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며 “친일파들까지 학교 역사에 넣는다는 것은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졸업생 박모(31)씨는 “객관적인 사실을 기록했을 뿐 ‘기렸다’고 보긴 어렵지 않냐”며 “사실을 적시한 것을 문제 삼는 건 침소봉대”라고 강조했다.

성균관대는 친일파를 기리려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고 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객관적인 사실을 적어 놓은 것일 뿐 친일파를 기리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동판 제작할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자는 걸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실을 적시하는 것이라도 친일파들에 대한 소개와 행적에 대한 설명은 필요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객관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보는 이들이 몰가치한 평가를 하지 않도록 친일파들의 행적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달아 놓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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