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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전 묻힌 범행 밝혀낸 ‘피묻은 안경’

9개월전 묻힌 범행 밝혀낸 ‘피묻은 안경’

입력 2012-09-18 00:00
업데이트 2012-09-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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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대조 결과 타인일 확률 2천800조분의 1

작년 7월11일 밤 서울의 한 한강시민공원.

산책하던 대학생 A양이 나들목 터널 인도의 중간에 이르렀을 무렵 한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다짜고짜 A양의 배 부위를 흉기로 한 차례 찌르고는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빼앗으려 잡아당겼고, 이에 A양이 저항하자 다시 두 차례 복부를 찔렀다.

A양은 2ℓ나 피를 흘렸지만, 다행히 지나던 행인의 신고로 병원에 급히 옮겨져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피의자 신원을 알 수 없었던 데다 다른 뚜렷한 증거도 없어 결국 수사는 중단됐다.

경찰이 수사 초기 한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범인의 얼굴을 일부 기억한 피해자는 자신을 찌른 사람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결국 올해 4월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수사에 전혀 진척이 없어 자칫 장기미제 사건이 될 상황이 됐다.

그런데 사건 발생 9개월 만인 올해 4월 느닷없이 40대 남성 B씨가 자신이 범인이라며 자수했다. 경찰은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이 해결될 수 있게 됐다며 반색했지만, B씨는 이내 ‘진범은 따로 있다’고 말을 바꿨다.

낯선 사람 한두 명이 여러 차례 자신을 찾아와 돈을 주며 허위 자수를 시켰고, 이를 거부하자 폭행까지 하며 강요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B씨는 검찰 조사 단계와 법정에서 줄곧 ‘협박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법정공방이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그때는 이미 B씨가 꼼짝할 수 없는 증거가 있었다. 바로 사건발생 당일 범행장소 주변에서 행인이 우연히 발견한 피묻은 안경이었다.

피의자의 것으로 추정된 이 안경에는 A양의 피와 범인의 DNA가 같이 묻어 있었다.

B씨는 전과가 전혀 없었던 터라 범행 당시에는 DNA의 주인이 누군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B씨가 자수한 뒤 구강세포에서 DNA를 채취해 대조한 결과 안경에서 발견된 DNA의 주인이 바로 B씨이며, 다른 사람일 확률은 ‘2천800조(兆)분의1’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됐다.

18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합의24부(염기창 부장판사)는 강도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피해자의 목숨이 위험했을 수 있고 지금도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 다만 전과가 없고 자수한 점을 고려한다”며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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