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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누출 11일째…피해·집단이주 사태 ‘심각’

불산누출 11일째…피해·집단이주 사태 ‘심각’

입력 2012-10-07 00:00
업데이트 2012-10-0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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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백명이상 이주, 2차 이어 3차 피해도 우려주민 분노 ‘폭발 직전’…당국 ‘뒷북 행정’ 여전

경북 구미의 불산(불화수소산)가스 누출사고가 발생 11일째를 맞은 7일 2차 피해와 주민 이전 등 사태가 악화 일로에 있다.

주민들은 불안과 분노를 호소하고 있지만 구미시를 비롯한 당국의 조치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민과 사회단체는 수질 오염 등의 3차 피해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 피해 ‘눈덩이’…3차 피해도 ‘우려’ = 구미시는 지난달 27일 사고발생 이후 7일까지 사망자 5명과 병원진료자 2천563명을 집계했다.

또 구미국가산업단지의 77개 기업 등에서 177억1천만원의 피해 신고를 받았다. 이는 전날 피해 접수액 94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43개 기업은 조업중단 및 임시휴무로 18억3천여만원의 영업손실을 봤다고, 13개 업체는 생산품과 설비가 망가졌다고 각각 신고했다.

가축 3천209마리와 농작물 212㏊의 피해도 접수됐다.

이런 가운데 불산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거나 비를 타고 흘러 하류지역 주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오염시키는 등 3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박정임 교수는 “불산의 불소이온은 잘 분해되지 않으므로 토양과 식물에 남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커지는 불안’집단 이주’ = 불산가스 누출 사고로 2차 피해를 본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주민들은 지난 6일 마을회관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집단 이주를 결정했다.

박명석 봉산리 이장은 “정부가 주민들을 내버려두고 대책을 세워주지 않아 우리 스스로 이사하기로 했다”며 답답해했다.

이어 이들 가운데 노인 중심의 110여명은 간단한 의류와 의약품만 챙겨 대형 버스에 나눠타고 10여㎞ 떨어진 백현리 자원화시설로 주거지를 옮겼다.

인근 산동면 임천리 주민 190여명도 해평면에 있는 청소년 수련원으로 이주했다.

사고 이후 나무와 벼 등 식물이 메말라 죽고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임천리와 봉산리에는 모두 1천2백여명의 주민이 살았다.

그러나 상당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버릴 수 없다며 이주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부는 사고 이후 친척집 등으로 거처를 옮겨 정확한 이주 인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봉산리 주민 지석연(87·여)씨는 “나이가 많아 집밖에도 못나오는 아픈 영감(90)을 두고 갈 순 없다”며 손사래쳤다.

◇ 허술한 대처…주민 분노 ‘폭발 직전’ = 환경부는 사고지점 인근의 대기에서는 발생 이튿날부터 불산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당국에 대한 분노로 변해가고 있다.

집단 대피를 위해 마을회관에 모인 봉산리 주민들은 마을을 방문한 유영숙 환경부 장관에게 그간의 불안과 불만을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정부가 적절한 정보를 제때 제공하지 않을 뿐더러 수집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마을 주민(여)은 “남유진 구미시장이 공무원에 대한 비난을 하지 말라고 비아냥거리는 글을 인터넷에 썼다”며 “죄송하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피해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개했다.

또다른 주민 역시 “괜찮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그렇게 자신 있으면 직접 와서 살아보라”며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사고 현장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 주민들 역시 당국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불신과 불편을 호소했다.

구미시민 장모(49)씨는 “봉산리 인근에 들어서니 목이 따갑고 머리가 아픈 걸 느낄 수 있었다”며 “불산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정부 발표를 믿어도 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 김용섭(62)씨 역시 “냄새는 여전히 나는데 불산이 검출 안된다고만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 여전한 ‘뒷북 행정’ = 국립환경과학원은 오는 8일 오전 4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대기측정 2개팀을 봉산리와 임천리 등 10곳에 보내 불산 잔류 여부를 확인키로 했다.

정밀기계로 2차 피해지역의 불산잔류 여부를 확인하는 건 사고 이후 처음이다.

앞서 국립환경과학원은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7일 대기오염측정차량을 구미시에 급파, 4차례에 걸쳐 불산을 측정했지만 사고지점으로부터 500m~1.3㎞ 떨어진 곳만 측정해 비난을 받았다.

특히 대기오염측정차량은 불산 측정 정밀기기를 갖췄음에도 pH 페이퍼와 검지관 등 간이 검사만 해 주민 분노는 극에 달했다.

9개 정부부처 관계자 23명과 민간 전문가 3명 등 26명으로 구성된 ‘정부재난합동조사단’은 지난 5일부터 사흘간의 조사 일정을 마쳤다.

그러나 분석 등의 과정이 남아 공식 조사 결과 발표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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