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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전 자살한 이등병, 법원에서 결국…

24년 전 자살한 이등병, 법원에서 결국…

입력 2012-10-26 00:00
업데이트 2012-10-2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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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 인정…법원 “거듭된 가혹행위, 자살 원인 제공”

1980년대 군 복무 도중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군인이 24년 만에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김순열 판사는 26일 고(故) 이종환씨의 아버지(66)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등록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1988년 5월 육군에 입대한 이씨는 석 달 뒤인 8월 15일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은 이씨가 불우한 가정환경을 비관해 자살했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유족들은 2007년 이씨가 죽기 전 선임병의 가혹행위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면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군의문사위는 2009년 “일상적인 가혹행위와 감당하기 어려운 훈련으로 우울장애가 발병했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씨는 신병훈련 기간에 이른바 ‘멍석말이’, ‘머리박기’, ‘깍지끼고 엎드려뻗쳐’ 등 얼차려를 받았으며 소속 부대에 배치된 뒤에도 계속 구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유족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지만, 보훈청은 “사망과 공무수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이를 거부했다.

김 판사는 “거듭된 가혹행위와 감당하기 힘든 훈련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살에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면서 “교육훈련·직무수행과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특히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의 통제성·폐쇄성을 고려하면 가혹행위로 인한 피해는 일반사회에서보다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씨의 부친은 “법원이 군의문사위 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이라며 “소송이 2심, 3심까지 가더라도 꼭 이겨서 아들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까지 오느라 투쟁을 많이 했다. 법원과 정부기관이 전향적으로 판단을 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유가족들을 구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세창의 김서현 변호사는 “군의문사위가 방대하게 조사해 결론을 내렸는데도 보훈청이 신청을 거부했다.”며 “애초 군의문사위의 결론을 존중했다면 소송까지 이르지 않았을 사안”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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