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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훈계하려면 ‘맞아 죽을 용기’ 필요한 사회

10대 훈계하려면 ‘맞아 죽을 용기’ 필요한 사회

입력 2012-11-08 00:00
업데이트 2012-11-0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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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말아라” 말려도 맞고… “조용히 하거라” 지적해도 맞고…

집단폭행을 하던 10대들이 이를 말리며 훈계하는 50대 남자를 무차별 구타해 중태에 빠뜨렸다. 수업 중인 교실에서 조용히 하라는 여선생님을 마구 때린 10대도 있었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7일 폭행을 말리는 이모(54)씨를 폭행한 김모(16)군과 최모(15)군 등 10대 2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중고교를 중퇴한 김군과 최군은 고교생이 낀 일행 4명과 함께 지난 3일 오후 7시 40분쯤 아산시 온천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중학생 5~6명이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면서 떠들자 “조용히 하라.”며 폭행했다. 당시 퇴근하던 이모씨는 운동장 주변을 지나가다 그 광경을 보고 달려와 “이러면 안 된다. 그만하라.”고 말리며 혼을 냈다. 그러자 그 순간 김군과 최군이 이씨에게 “당신이 뭔데 끼어드느냐.”고 달려들어 주먹과 발로 마구 폭행했다.

바닥에 쓰러져서까지 발길질을 당한 이씨는 끝내 의식을 잃었다. 아산경찰서 온천지구대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있던 중학생이 신고를 해 출동해 보니 폭행을 휘두른 김군 일행은 모두 달아나고, 이씨는 하늘을 쳐다보는 자세로 얼굴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천안단국대병원으로 옮겨져 뇌출혈 수술을 받았으나 지금까지 의식이 오락가락한 상태여서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이씨의 진술을 들을 수 없었던 경찰은 아산에 있는 모든 중·고교를 수소문한 끝에 사건현장에 있었던 중학생들을 찾아냈다. 경찰은 폭행을 당했던 중학생들로부터 “동네 형이 때렸다.”는 진술을 받아낸 뒤 김군과 최군의 신원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서는 ‘맞아 죽을 용기’를 내야 하는 사회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군과 최군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도 여교사가 수업 중에 학생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해운대구 모 중학교 2학년 교실에서 여교사 A씨가 수업 중에 떠드는 B군(14)에게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줬다. 그러자 B군이 심한 욕설을 하며 의자를 집어던지고 주먹과 발로 A씨의 가슴과 배를 마구 때렸다. 당시 교실에는 학생 30여명이 있었으나, 반장만 폭행을 제지했을 뿐 다른 학생들은 멍하니 지켜만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A씨는 정신적 충격을 받은 데다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학교 측은 B군이 과거에도 폭행건으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어 지속적인 관리를 받던 중 또다시 폭행을 저지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B군은 사건 후 이틀째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은 B군에 대한 징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2012-11-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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