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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해법이 없다…개혁 진정성 ‘의심’에 사면초가

검찰, 해법이 없다…개혁 진정성 ‘의심’에 사면초가

입력 2012-11-28 00:00
업데이트 2012-11-2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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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개혁·성추문 수사·평검사회의 ‘되는 일이 없다’문자메시지 파문, 檢 전체에 부담…”마(魔)가 끼었나” 한숨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검찰이 점점 더 코너에 몰리고 있다.

위기 탈출을 위해 준비한 ‘검찰개혁 카드’는 꺼내보기도 전에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한 검사의 초대형 실수 탓에 김이 새버렸다. 급한 불부터 끄겠다며 일사천리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자체 개혁의 동력인 평검사 회의는 상부의 지시 의혹 등과 맞물려 주춤하는 양상이다. 전날 서울중앙지검의 평검사 회의 개최가 무산된 데 이어 28일 일과후 평검사 회의를 열 계획이던 서울서부지검도 수석검사들이 의견을 모아본 결과 회의를 취소했다.

검찰 전체가 ‘스텝이 마구 엉킨’ 형국이다. 개혁작업이든, 수사든 되는 일이 없다. 최근 유행어처럼 꼬여도 ‘너~무’ 꼬여버렸다며 자조섞인 한숨이 새나온다.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의 거액수뢰, 로스쿨 출신 전모 검사의 성추문 파문이 연달아 터지자 한상대 검찰총장은 고검장·지검장들을 불러 모아 릴레이 회의를 열었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이 수긍할 수준의 검찰개혁안을 만들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발표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던 중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실명 게시글을 올려 주목받은 윤대해 검사가 대검의 동료검사에게 보내려고 작성한 문자메시지를 언론사 기자에게 잘못 보내면서 일이 꼬였다. 게시글에서는 진심으로 검찰개혁이 필요한 것처럼 주장했지만 그 속내는 전혀 다른 것이 문자메시지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개혁을 하는 것처럼 하면 우리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내가 올린 개혁안이 검찰에 불리한 것도 없는데 국민은 상당히 개혁적인 걸로 생각한다’는 등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검찰의 짜여진 각본’ ‘대국민 사기극’이란 말이 나왔다.

물론 윤 검사 개인의 실수이자 독특한 개인 성향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지만, 요즘 상황에선 결과적으로 검찰 전체가 표리부동한 조직으로 매도되는 꼴이 됐다.

윤 검사는 당장 대검의 감찰을 받고 있다.

따라서 한 총장으로선 처음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강도높은 개혁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특별수사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대검 중수부 폐지안을 내놓더라도 이제는 진정성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됐다.

특히 수뇌부 퇴진 압박과 중수부 폐지안이 연계되는 것이라면 검찰 내부에서도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

성추문 사건 수사도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대검 감찰본부는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법원은 뇌물수수가 성립하려면 대가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검찰 수사기록만으로는 대가성 있는 성행위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여성이 뇌물공여 의사를 부정하고 있어 범죄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애초부터 법조계에선 뇌물수수죄 적용이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형식상 가장 잘 들어맞는 혐의는 ‘위계에 의한 간음’이지만 전 검사와 피해여성이 민형사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이상 친고죄인 이 법은 적용할 수 없었다.

검찰은 최대한 신속하게 성추문을 진화하려고 궁여지책으로 던진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가로막히자 대안을 찾기보다는 하루 만에 다시 똑같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강수를 뒀다.

이를 놓고는 검찰이 또 한번 무리수를 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럴 바에야 증거라도 충실히 보강해야 하는데 추가로 낸 증거물은 많지 않고 핵심증거는 이미 1차 청구 때 전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판사만 바꿔서 다시 판단해달라는 주장인 셈이어서 법원에선 불쾌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과 성관계를 맺은 판사에게 뇌물수수죄로 실형을 선고한 일본 최고재판소 판례까지 예로 들며 수뢰 혐의를 고집했지만 영장 발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피해 여성의 변호인이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어 검찰이 끌려가는 느낌이 들고 있다.

검찰이 성추문 검사 사건 수사에서조차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마(魔)가 낀 것 아니냐’는 한탄마저 나오는 지경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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