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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男, 냉장고 일부러 끄고 “백두산 상황버섯이…”

50대男, 냉장고 일부러 끄고 “백두산 상황버섯이…”

입력 2012-12-12 00:00
업데이트 2012-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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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트집·협박… 2억 뜯어낸 블랙컨슈머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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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협박해 수억원의 금품을 뜯어낸 50대 블랙컨슈머(악성소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단순한 ‘진상’ 고객 수준을 넘어 폭언과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1일 최신 스마트폰과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산 뒤 거짓으로 고장 신고를 하거나 서비스센터의 고객 응대 태도를 꼬투리 잡아 2010년부터 206회에 걸쳐 2억 4000만원을 뜯어낸 이모(56)씨를 공갈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기업 이미지를 중시하는 대기업일수록 소비자 여론에 민감하다는 점을 노렸다. 이씨는 가족과 지인의 명의로 A사가 만든 최신 스마트폰 22대를 B이동통신사에서 개통한 뒤 해지와 개통을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수리를 의뢰했다. ‘통화 중 불량’ 등 서비스센터에서도 문제를 찾아내기 어려운 것을 이유로 댔다. 수리 과정에서 이씨는 제조사 측에 “더 이상 제품을 믿을 수 없으니 고칠 필요가 없다.”면서 교환 또는 환불을 받아냈다. 이동통신사 전화상담원 등에게도 “손님 대하는 태도가 너무 불손하다.”는 등의 트집을 잡아 1000여만원의 돈을 뜯어냈다.

이씨는 자신의 수법이 먹혀들어 간다 싶자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하며 판을 키워나갔다. A사의 냉장고와 컴퓨터를 사들여 협박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냉장고가 고장났다고 신고한 뒤 애프터서비스 기사가 오는 시간에 맞춰 일부러 전원을 껐다가 켰다. 그러고는 “냉장고 온도가 이렇게 높은 게 말이 되느냐. 안에 백두산 상황버섯 등 귀한 음식이 들어 있었다. 품질 불량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두 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받아냈다. 컴퓨터에 들어 있는 자료를 다른 기기로 옮겨 달라고 부탁한 뒤 “자료를 옮긴 직원 탓에 중요한 자료가 없어졌다.”고 주장해 597만원을 갈취한 적도 있었다.

이씨는 친절을 우선시하는 대기업 서비스 직원들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일삼았다. 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다 대위로 전역한 이씨는 “내가 북파 공작원 출신이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집에 찾아가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얼굴에 염산을 뿌리겠다.”, “내 친구가 조직폭력배다.” 등 협박을 늘어놓았다.

고객 항의가 들어오면 콜센터 상담사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을 악용해 생트집을 잡고 “본사에 문제 삼지 않을 테니 내 휴대전화 요금을 내달라.”고 요구해 전화요금 500여만원을 대납시키기도 했다. 말을 듣지 않는 직원은 근무지까지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했다. 이씨는 참다 못한 업체 측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객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도 참아야 하는 서비스센터 ‘감정노동자’들의 약점을 잡아 죄질이 나쁘다.”면서 “여죄를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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