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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백화점 폭파 협박범 “너는 누구냐?”

전주 백화점 폭파 협박범 “너는 누구냐?”

입력 2013-02-11 00:00
업데이트 2013-02-1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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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예고·승용차 폭파·협박 후 경찰동태 주시…사건 닷새째, 행방 묘연

‘자살사이트 운영자’라고 밝힌 남자가 “롯데백화점 전주점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뒤 종적을 감춘 지 11일로 닷새째를 맞았다.

그러나 경찰은 협박범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협박범은 단순한 협박이 아님을 알리려고 백화점에서 3㎞가량 떨어진 공원묘지 주차장에 주차된 승용차를 먼저 폭파시키고 방송기자를 불러 이를 촬영케 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한산한 공원묘지서 승용차 폭파

협박범은 지난 7일 오후 2시20분께 JTV 전주방송의 전북경찰청 출입기자인 정모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살사이트 운영자인데 회원들이 음모를 꾸미는 것 같다. 촬영장비를 준비해 전주 효자공원묘지로 나와달라”고 요구했다.

기자와 경찰이 이날 오후 3시께 공원묘지에 도착하자 그는 전화로 “주차장에 주차된 모닝 승용차를 지켜봐라. 너무 가까이는 가지 마라”고 말했다.

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승용차는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이 차량은 지난 4일 전주시 평화동에서 도난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화는 또 걸려왔다.

이번에는 “자살사이트 회원들이 롯데백화점 전주점 곳곳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손님을 대피시키면 즉시 폭파하겠다”고 협박했다.

협박범은 기자에게 “백화점 점장을 만나 5만원권 10㎏(약 4억5천만원)을 준비하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는 사건 전날인 6일 낮에도 전북일보·JTV 전주방송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범행을 예고하는 ‘언론 플레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박범이 기자의 안전을 염려하고 인적이 뜸한 공원묘지 주차장을 차량 폭파 지점으로 선택한 점으로 미뤄 인명피해는 원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삽시간에 아수라장된 백화점

백화점 측은 경찰과 협의해 사건 당일 오후 5시가 돼서야 “백화점 안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으니 대피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대피가 시작되면서 백화점은 아수라장이 됐다.

손님들은 먼저 피하려고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 쪽으로 몰려들었다. 당시 백화점에는 영화 관람객 등 4천여명이 있었다.

경찰은 구급차와 소방차를 대기시키고 특공대와 폭발물처리반을 투입해 탐색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백화점 측은 오후 6시10분께 영업을 재개했다가 폐장시간을 1시간 앞당겨 오후 7시30분께 문을 닫았다.

◇주위에서 지켜본 협박범

협박범은 점장에게 “선물상자에 현금을 넣어 백화점 옆 흰색 마티즈 승용차에 건네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현금 대신 A4용지 10㎏을 상자에 담아 기자와 협박범의 접촉을 유도했다.

그러나 협박범은 약속장소 인근에서 돈으로 위장한 상자를 갖고 나온 기자와 경찰의 동태를 샅샅이 살펴보고 있었다.

처음 돈을 갖다 놓으라고 지시한 백화점 앞 마티즈 승용차의 운전자를 경찰이 검거하자, 협박범은 “왜 경찰을 데리고 나왔느냐. 너희랑은 이야기 못 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경찰이 붙잡은 운전자는 협박범의 심부름으로 나온 퀵서비스 기사로 확인됐다.

이후 협박범은 전주세무서, 전주역 등으로 약속장소를 바꿔가며 경찰을 따돌렸다.

이어 오후 7시40분께 기자에게 “돈을 포기하겠다”는 마지막 통화를 한 뒤 잠적했다.

경찰은 협박범이 기자와 수십차례 통화하는 동안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했으나 검거에 실패했다.

◇”협박범은 지리에 밝은 전북 사람” 추정

경찰은 사건 당일 파악한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휴대전화 번호, 전화 목소리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이 범행 현장에서 찍어 공개 수배한 용의자는 40∼50대에 상·하의 검은색 등산복과 갈색 계열 가방을 메고 있다.

협박범은 지역언론사 기자 2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범행을 암시했고, 전주 지리에 밝은 점 등으로 미뤄 전북 사람인 것으로 추정된다.

수배 전단이 뿌려진 뒤 하루 5∼6건의 제보가 들어왔으나 설연휴에 접어들면서는 이마저도 끊겼다.

용의자가 범행 당일 전화를 걸어왔던 휴대전화의 소유자와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에서도 뚜렷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범행에 사용한 휴대전화의 실소유주는 70대 남자였다.

경찰은 승용차의 폭발 흔적 등을 봤을 때 협박범이 전문가는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설 연휴라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협박범의 인상착의가 나온 만큼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주변 우범자에 대한 수사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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