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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법’ 교묘히 피한 장애인시설 법인의 꼼수

’도가니법’ 교묘히 피한 장애인시설 법인의 꼼수

입력 2013-02-27 00:00
업데이트 2013-02-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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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전 이사 충원, 이사진 일괄 사퇴 후 재취임

‘외부추천이사제’ 도입을 뼈대로 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일명 도가니법)이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법망을 교묘히 피한 장애인시설 법인들의 ‘꼼수’로 법안 개정 취지가 무색해졌다.

이들 법인은 법 시행 전 직접 이사를 충원했고, 기존 이사들은 일괄 사퇴 후 재취임해 자신들의 임기를 인위적으로 늘렸다. 이 때문에 기존 이사들의 임기인 3년간 외부추천이사가 법인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

27일 보건복지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사회복지사업법은 지난해 1월 26일 일부 개정됐다.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의 흥행으로 사회복지법인의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여론에 따른 것이었다.

법안 개정 당시 사회복지법인 대표와 시설장 등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강하게 반발했다. 법인과 전혀 무관한 이사가 법인의 시설을 운영하게 된다는 게 이유였다.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 제18조는 사회복지법인의 임원으로 대표이사를 포함해 이사 7명 이상을 둬야 한다고 규정했다. 기존의 5명에서 이사 2명을 더 늘린 것이다.

또 이사 정수의 3분의 1 이상은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등이 추천한 사람 중에서 선임하도록 했다. 개정안의 핵심인 ‘외부추천이사제’다. 개정안은 1년의 유예기간을 둬 지난 1월27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인천지역 장애인시설 관련 법인 15곳도 지난해 하반기 일제히 정관을 변경, 이사 수를 5명에서 7명으로 늘렸다.

문제는 늘어난 이사 2명 모두가 외부추천이사가 아닌 법인 이사회가 직접 뽑은 임원이라는 점이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소 이사 2명은 외부추천이사로 뽑아야 하기 때문에 법 시행 전에 임원을 채웠다.

또 대다수 법인이 정관에 규정된 이사 수를 ‘7명 이상’이 아닌 ‘7명’으로 못박았다. 그러면서 기존 이사들은 일괄 사퇴한 뒤 다음날 재취임했다. 이사 정원을 모두 채운 상태에서 임기를 다시 시작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이사의 임기인 향후 3년 동안은 외부추천이사가 법인 이사회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최근 국가인권위로부터 전ㆍ현직 시설 직원 2명이 검찰에 고발 조치된 인천시 연수구의 한 장애인시설 법인도 같은 방법으로 외부추천이사 도입을 막았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법 시행 전 법인 이사를 충원한 것이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법 자체에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고 꼬집었다.

사회복지사업법 부칙에는 ‘법 시행 전에 선임된 사회복지법인의 임원은 개정안에 따라 선임된 것으로 본다’는 경과조치가 포함돼 있다.

인천장애인차별연대 장종인 사무국장은 “외부추천이사제는 사회복지법인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만든 것”이라며 “법인 스스로가 떳떳하다면 왜 꼼수를 부려가면서까지 외부추천이사를 막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인천지역 사회복지법인 대표들이 모여 입을 맞춘 뒤 비슷한 시기에 일괄적으로 정관을 개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외부추천이사가 들어가려면 3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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