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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 줄인다더니…17년만에 최대폭 증가

온실가스 배출 줄인다더니…17년만에 최대폭 증가

입력 2013-02-27 00:00
업데이트 2013-02-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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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감축 공언 불구 정책 뒷걸음질…”정책 변화 필요”

201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7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국가 감축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이상기후에 따른 전력소비 증가와 자동차 등 제조업 부문의 호황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늘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파와 폭염 등 극한기후 현상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경제성장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만큼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30% 감축’ 약속 이듬해 9.8% 증가 = 27일 정부가 발표한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9.8%로, 1993년 12.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온실가스를 3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로 다음 해 배출량이 17년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온실가스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6.3%를 훨씬 웃돌아 종전 몇 해보다 배출 추세가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9년은 온실가스 증가율이 0.8%로 GDP 증가율 0.3%보다 조금 컸다. 2008년은 온실가스와 GDP가 똑같이 2.3% 증가했고 2007년은 온실가스 증가율이 2.6%로 GDP 증가율 5.1%의 절반 정도였다.

정부는 2010년 겨울철 한파, 여름철 이상고온 현상 때문에 냉난방용 전력수요가 늘어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2009년 12월25일 이후 3주 동안 한파가 이어졌고 여름철에는 92일 중 81일의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하루 평균기온과 기준온도의 차이를 토대로 냉난방 증감정도를 가늠하는 냉·난방도일수는 2009년 3천329일에서 2010년 3천785일로 13.7% 늘었다. 그만큼 냉·난방 시설을 많이 돌렸다는 얘기다.

제철·자동차 생산량 증가도 온실가스를 대량 뿜어내는 데 한몫 했다.

2010년 조강생산능력은 전년에 비해 680만t 늘었다. 자동차 생산도 22%나 증가했다.

전체 온실가스 증가량 가운데 화력발전의 비중은 42.3%, 철강업은 31.6%를 차지했다.

◇목표만 세워놓고 감축정책 잇따라 후퇴 =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30%를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해 녹색성장 선도국의 지위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당시 2020년의 배출전망치, 즉 아무런 감축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예상 배출량은 8억1천300만tCO2e이었다.

여기서 약속대로 30% 빼면 5억6천900만tCO2e까지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이는 2010년 배출량보다 15% 적다.

그러나 국가 온실가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배출량이 줄어든 해는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한 해밖에 없었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다가 2015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감축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국가목표를 설정한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들은 줄줄이 후퇴했다.

당초 올해부터 시행하려던 배출권거래제는 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2015년으로 늦춰졌다.

이마저도 2017년까지는 배출권을 모두 무상할당하기로 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환경부가 올해 도입을 목표로 추진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역시 지식경제부와 자동차업계의 반대로 연기됐다.

지식경제부가 최근 확정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감축목표와 상충된다.

당초 발전 부문의 2020년 배출전망치는 2억4천200만tCO2e로 잡고 여기서 26.7%를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그러나 환경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설비를 반영해 예측한 결과 수요관리를 적용해도 2억6천800만tCO2e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축은커녕 오히려 10%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목표달성 어려울 듯…”정책 전환 필요” = 이 때문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공언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배출전망치 자체를 늘려잡는 ‘꼼수’를 쓸 수도 있지만 인정받기는 어렵다.

정부가 온실가스 통계를 계속 미루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직후 발표한 것 역시 전 정권이 세운 국가목표 검증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가 온실가스 통계 총괄관리에 관한 규정’을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12월29일까지 공표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배출량 검증과 분석에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이율범 팀장은 “2010년 에너지 통계연보가 배출량 확정 직전 수정돼 다시 계산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9.8%나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냉난방 영향 등을 자세히 분석한 것도 발표가 늦어진 원인”이라고 말했다.

국가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배출 전망치를 바꾸면 국제사회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연도별 배출량 목표를 정하고 탄소세 도입이나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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