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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따로 있다’ 백령도, 北위협에 태연한 이유

‘전쟁은 따로 있다’ 백령도, 北위협에 태연한 이유

입력 2013-03-12 00:00
업데이트 2013-03-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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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섬에서는 밥벌이가 ‘진짜’ 전쟁”

“남한을 불바다로 만든다고 한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입니까. 북한요? 겁 안 납니다. 섬에서는 먹고 사는 게 진짜 전쟁입니다”

12일 서해 최북단 백령도 주민들은 잇따른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에도 짐짓 태연했다. 대다수 주민은 ‘남의 나라 이야기’하듯 최근 상황을 바라봤다. 특히 이날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백령도 타격임무를 맡은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했다는 보도가 나온 시점이었다.

백령초등학교에서 행정직으로 일하는 허정빈(43)씨는 “술 마시고 있는데 대피하라고 하면 실제로 대피하는 사람이 있는 줄 아느냐”며 “여기 사람들 대피소 잘 안 간다”고 말했다.

인천과 백령도를 하루 1차례 운항하는 여객선 내 매점 주인도 “육지 사람들이나 전쟁 날 것처럼 떠들지 섬사람들은 신경도 안 쓴다”며 무심한 표정이었다.

백령도 주민들의 이런 반응은 북한의 포격에 직접 피해를 당한 인근 연평도 주민들의 태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부 연평도 주민은 2010년 포격사태로 지금까지도 우울증과 불안증세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생겨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생겼다.

그러나 백령도 주민들은 이런 ‘눈앞의 공포’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

백령도에서 50년 넘게 산 북포리 주민 박순옥(53)씨는 “눈앞에서 ‘쾅’하는 게 보여야 사람들이 움직이지 안 그러면 여기 주민들은 꿈쩍도 안한다”고 했다. 그는 “연평도 포격 때도 백령도는 직접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 보는 것 같이 느껴졌다”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에게 진짜 전쟁은 따로 있었다. 일거리가 제한된 섬 지역, 그것도 서해 최북단 섬에서는 생계가 곧 전쟁이다.

백령도 주민의 절반 이상이 운송, 여행, 숙박업소 등 서비스업으로 먹고산다. 이들은 언론이 지나치게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불만이다.

진촌리의 한 모텔에서 일하는 김모(56)씨는 “언론이 호들갑을 떠니깐 관광객들이 안 들어와서 영업에 지장이 있다”며 “언론만 조용히 있으면 백령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백령도에 주둔한 우리 해병대의 전투력을 믿는 주민도 많았다. 백령도와 연평도는 섬의 크기가 달라 주둔한 병력도 백령도가 훨씬 많다.

북포리 주민 한모(70)씨는 “여기 사람들 눈 하나 깜짝 안한다”며 “북한이 도발해도 이곳에는 해병대원들이 많아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백령도 해병대 6여단의 한 관계자는 “평소 백령도에서는 민관군경 합동 훈련을 자주 하고 있다”며 “그런 훈련을 거치면서 주민들이 해병대에 믿음을 표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로 전쟁의 공포를 직접 경험한 노인들이었다.

백령도 소갈동의 한 노상에서 공공근로 일을 하다가 잠시 쉬고 있던 서국자(71ㆍ여)씨는 “면사무소 직원이 오늘은 바닷가 쪽으로는 작업 나가지 말라고 했다”며 손에 든 쓰레기를 불에 태웠다. 그는 “헬기랑 비행기 여러 대가 한꺼번에 날아다니면 깜짝깜짝 놀라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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