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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무덤덤하지만… 사격훈련에 가슴이 벌렁”

“겉으론 무덤덤하지만… 사격훈련에 가슴이 벌렁”

입력 2013-03-13 00:00
업데이트 2013-03-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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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긴장감 고조… 연평도 주민들 수면장애 등 불안증세

“그날 이후 해안에서 사격 훈련하는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불안해요.”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인 김모(74·여)씨는 12일 집 앞에 나와 폐허가 된 건너편 터를 보며 한숨지었다. 2년 4개월 전까지만 해도 김씨와 남편이 살던 곳이다. 2010년 11월 북한군의 포격을 맞아 무너진 가옥은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이후 옹진군에서 이 집을 사들여 지난해 11월부터 안보교육용 전시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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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리졸브’ 이틀째… 경계 강화
‘키 리졸브’ 이틀째… 경계 강화 한·미 연합 군사훈련 ‘키 리졸브’ 개시 이틀째인 12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당섬부두 인근에서 해병대 연평부대원들이 경계작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전에는 북한의 도발 엄포에 별로 놀라지 않았지만 연평도 포격 이후에는 위기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고 말했다. 그는 “뭍에 사는 자식이나 친구들은 ‘위험한 곳에 왜 있느냐. 어서 나오라’고 걱정한다”면서 “그래도 20년 가까이 산 곳인 데다 살 날이 얼마나 더 남았겠나 싶어 나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잇단 전쟁 위협에 연평도 주민의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2010년 연평 포격 당시 경제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은 최근 긴장감이 고조되자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해한다. 주민 대다수는 “북의 엄포가 일상화되다 보니 걱정하지 않는다”며 담담한 표정을 짓지만 전문가들은 불안감을 숨긴 채 버티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년여 전 이 섬에서 포격을 직접 목격한 아이들의 경우 정신적 상처가 유독 심각하다. 인천남부교육청 관계자는 “2010년 포격 직후 연평초교생 100여명 전원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미술 치료 때 아이들은 공격성을 드러내는 검은색을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교육청, 지역의료센터 등에서 심리치료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상태가 많이 안정됐지만 대북 긴장감이 고조되면 수면 장애를 호소하거나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하는 아이들이 여전히 있다. 이날 연평초교 운동장에서 만난 김예솔(가명·11)양은 2010년 포격 당시 갑작스러운 대피 방송을 듣고 대피소에 몸을 숨겼던 기억이 있었다. 김양은 “대피소 안에 있을 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잠을 못 잘 정도는 아니지만 대포 소리가 들리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안보 위협 국면에도 불안감을 드러내지 않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트라우마의 징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세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정신과)는 “불안감을 회피하려는 것은 전쟁 등의 공포에 휩싸였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가 보이는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말했다. 정한용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신경정신과)는 “태연하게 일상에 집중하는 것이 높은 불안지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연평도 주민들에게는 스스로 달래는 방어기제인 셈”이라고 말했다.

연평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3-03-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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