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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카페 일반인 끌어모아 ‘정치테마주 주가조작’

인터넷카페 일반인 끌어모아 ‘정치테마주 주가조작’

입력 2013-04-03 00:00
업데이트 2013-04-0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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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대학생 등 20여명 동원…메신저 대화방서 실전모의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 열풍이 불자 인터넷 포털 주식카페에 일반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들여 집단 주가조작에 나선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강남일 부장검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카페 운영자 김모(31)씨를 구속 기소하고 카페 회원으로 가입해 주가조작에 가담한 중학교 교사 최모(31), 대학생 이모(22), 간호사 임모(33)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가담 정도가 약한 회원 20명은 벌금 300만∼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10월 코스피 상장업체 S사 주식을 정치 테마주로 둔갑시켜 회원들과 함께 150억원의 자금을 투입, 고가매수·통정매매 등 수법으로 총 2천46회에 걸쳐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가조작으로 S사 우선주 주가는 6만5천400원에서 21만원까지 321%나 올랐고 이를 통해 1억8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 주가 조작꾼으로 투자자 사이에서 ‘고수’로 불린 김씨는 포털사이트에 개인 블로그·카페를 만들어 월 회비 10만원을 받고 회원을 모집했다.

이어 플라스틱 원료 도소매업체인 S사가 경남 밀양에 부지를 소유한 점에 착안해 밀양 신공항 건설 관련 정치 테마주인 것처럼 광고했다.

박근혜·문재인 대선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어 관련 테마주들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S사 주식이 거래량이 적어 주가를 끌어올리기 쉽다는 점도 계산했다.

김씨는 사전에 작전 참여 회원 수, 동원 계좌, 예상자금, 기간 등을 치밀하게 파악한 뒤 회원을 A·B팀으로 나눠 매매수량·가격을 가이드하는 속칭 ‘리딩’ 역할을 했다. 작전 모의는 카카오톡·마이피플 메신저 대화방에서 이뤄졌다.

카페 회원 130여명 중 20여명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

이들은 실전에 앞서 다른 종목 우선주 주가를 먼저 조작해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게 하는 모의시험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S사 주가가 최고가를 기록하기 하루 전 유명 증권 사이트에 종목 광고를 해 매수세 유입을 유도한 뒤 다음 날 최고점에서 팔아 수익을 챙겼다.

실제 범행 무렵 사이트에 600개가 넘는 종목 추천 글을 올렸다.

김씨는 한 초보 회원에게는 별도로 S사 주식을 최고가에 사도록 추천해 다른 회원들의 보유 물량을 해소하기도 했다. 이 회원은 대출을 받고도 1억원 넘는 손실을 봐 월급의 70%를 대출금 상환에 쏟아붓고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중학교 교사 최씨는 별도 유료 카페를 만들어 회원을 모집한 뒤 김씨 카페에서 들은 정보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주가조작에 나서기도 했다. 최씨는 이 같은 사실이 발각돼 카페에서 강제 탈퇴 당하자 부인을 대신 가입시켜 ‘염탐’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업 투자자뿐 아니라 회사원, 교사, 주부,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의 일반인이 포함돼 있었다”며 “주가조작이 사회 전반에 만연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시세조종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유사 인터넷 카페도 단속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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