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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세 중학생에겐 책가방 메는 게 행복”

“64세 중학생에겐 책가방 메는 게 행복”

입력 2013-04-04 00:00
업데이트 2013-04-0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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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방송통신中 늦깎이 신입생 강우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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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영씨
강우영씨
학구열을 지피는 늦깎이 중학생이 있어 화제다.

충남 당진에서 건설업을 하는 강우영(64)씨는 대구방송통신중학교 신입생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통신 수업이 아닌 등교 수업이 있는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엔 부인이 지어 준 새벽밥을 먹고 오전 5시에 집을 나선다.

집에서 천안아산역까지 승용차로 이동한 뒤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려 택시를 타야 오전 9시 수업에 맞게 도착하지만 발걸음만은 가볍다.

강씨는 “어린 시절 가난으로 배 채우는 일조차 힘들어 그때 못 배운 게 한이 됐다”며 “검정고시는 도전하기 쉽지 않아서 방송통신중학교가 개설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꼭 학력을 쓰라고 하는 난이 있어서 중학교는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책을 내려고 해도 대개 무슨 박사, 어디 대학 출신 이런 것들이 들어가니 더 배워야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중학교 원서 모집 기간이던 지난 2월 어느 날 밤새 많은 눈이 내렸는데도 그는 눈밭을 헤치고 승용차, KTX 등을 타고 원서를 제출하러 대구에 왔다.

대구보다 가까운 광주에도 방송통신중학교가 개교하기로 돼 있었지만 광주 방송통신중은 선착순으로 모집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다행히 대구 방송통신중은 나이순으로 선발했기에 무난히 입학할 수 있었다.

지난달 17일 첫 등교 수업을 다녀온 강씨는 “평소 할아버지, 회장님 이런 소릴 듣다 보면 늙었다는 느낌을 받는데 학교에 가니 담임에 교실, 동급생까지 있어 젊은 기분이 들었다”며 “선생님을 따라 교실에 들어가고 출석도 부르고 하니 50여년 전의 향수도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주민등록과 다르게 실제로는 1945년생인 그가 곧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갑자기 공부를 시작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하거나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고 출석 체크도 매시간 엄격한 데다 수학 같은 과목은 이해하기가 어려워 복습도 꼬박꼬박 해야 한다. 집에서 도시락까지 싸서 가기가 쉽지 않아 점심은 학교 앞에서 분식이나 빵으로 간단히 때우기도 한다. 하지만 강씨는 “며느리한테서도 대단하다는 소릴 듣고 시작한 일인데 절대 도중에 포기할 순 없다”며 “오는 7일 등교 때는 교과서를 준다고 했다. 이날은 책가방도 갖고 가야 해서 더 기대가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2013-04-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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