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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중 죽으면 재심도 못받아”…법개정 논의 필요

“재판중 죽으면 재심도 못받아”…법개정 논의 필요

입력 2013-04-14 00:00
업데이트 2013-04-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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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현 열사 재심청구 기각으로 재심청구 관련 규정 관심

5·18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던 고(故) 박관현(1952~1982) 열사의 재심 청구가 기각되면서 재심 청구 대상 관련 법 개정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1980년 당시 기소된 5·18 관련자들이 재심을 통해 대부분 무죄선고를 받는 상황을 고려하면 박관현 열사의 재심과 명예회복은 당연한 절차로 여겨진다.

그러나 법원은 유족이 청구한 재심 청구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적 한계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재심 청구 대상은 유죄 확정판결과 항소 또는 상고 기각판결에 한정된다.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도 특별재심과 관련해서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했다.

박관현 열사는 5·18 관련 시위 전력으로 1982년 광주지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중 심근경색으로 숨져 공소기각 결정을 받았다.

법원은 공소기각으로 원심이 효력을 상실해 재심 청구 대상 판결도 사라진 것으로 보고 유족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유죄도 무죄도 아닌 모호한 상황에서 형사적 명예회복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5·18 단체 측은 관련 법에 부칙이나 특별조항을 둬 재판 중 사망자의 재심도 가능할 수 있도록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시야를 넓혀보면 이는 비단 5·18 관련자에만 적용되는 제한이 아니다.

형사소송법이 유죄 확정판결 등만을 재심 청구 대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강도, 살인 등 누명을 써 유죄판결을 받고 상소심 재판 중 사망한다 해도 그 유족은 재심을 받을 수 없다.

공소기각으로 유죄판결이 무효화 되면서 반쯤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해도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아 온전한 명예회복을 하는 것이 유족의 바람이다. 이 경우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도 한결 쉬워진다.

형사소송법상으로도 확정판결을 받기 전 숨진 피고인에 대한 재심 청구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유족 입장에서는 재판 당사자가 숨진 것도 억울할 텐데 재심 기회조차 없다면 억울함은 배가 될 것”이라며 “입법 차원의 논의는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법적 안정성 훼손을 우려하며 현행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규정을 손본다면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게 쉽지 않은데다 법 개정으로 불합리한 재심 청구가 속출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광주의 한 변호사는 “정의와 법적 안정성이 충돌하는 경우”라며 “재심 자체가 예외적 성격의 제도인데 사망자 등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둔다면 ‘예외의 예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정의와 법적 안정성이 충돌하는 사례로 공소시효를 예로 들며 “범죄자가 공소시효에서 하루만 지나도 처벌을 면하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 흉악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여론이 있지 않느냐”며 “법 개정 여부 판단은 보류하더라도 재심 청구 대상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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