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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 전면부인… 또 다른 ‘진실게임’

당사자들 전면부인… 또 다른 ‘진실게임’

입력 2013-04-24 00:00
업데이트 2013-04-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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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발언 믿을 수 있나… 맞다면 임경묵 정보 출처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에 대해 말문을 열었으나 당사자들은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법원이 조 전 청장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그가 지목한 당사자들은 피의사실 공표 등 추가 고소·고발을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로써 양측은 항소심 재판에서 물러설 수 없는 진실공방을 벌이게 됐다.

조 전 청장이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로 지목한 사람은 모두 3명이다. 이 가운데 실명을 밝힌 사람은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이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당시 대검 중수부 최고 책임자 등 2명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과 홍만표 수사기획관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임 전 이사장은 “고발까지 검토하겠다”며 펄쩍 뛰었고 이 전 중수부장 등은 “조 전 청장과 일면식도 없다. 필요하다면 법정에 나가 증언하겠다”며 역시 발언설을 부인했다.

임 전 이사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조 전 청장이 경찰청 강연회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는 뉴스를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 이후인 2010년 11~12월쯤 연말모임 자리에서 조 전 청장을 처음 봤다. 장소도 그가 말한 H호텔이 아니라 강남의 한 음식점이었고 당시 차명계좌 얘기는 나눈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연구기관의 민간인이라 청와대에 들어갈 일도 없고 검찰에 알고 지내는 사람도 없어 그런 내용을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홍만표 변호사도 “임경묵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한다”며 “조 전 청장이 차명계좌 발언을 했을 때 차명계좌는 없다고 확실히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청장은 “이 상황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법정에서 이야기한 그대로다”고 거듭 위증이 아니라고 밝혔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 강연으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가 기소된 뒤 입장을 밝혀 왔지만 발언은 조금씩 달랐다. 그는 지난해 6월 26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차명계좌는 검찰 관계자 2명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들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월 1심 결심공판에서는 “2010년 3월쯤 나보다 정보력이 훨씬 뛰어나고 믿을 만한 유력 인사에게 우연히 차명계좌 얘기를 들었다”면서 “강연 내용이 보도된 이후 같은 해 12월 검찰 관계자 2명에게서 차명계좌에 관한 더 자세한 얘기를 각각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만약 조 전 청장의 이 같은 진술이 맞다면 안기부를 떠난 지 20년이 넘은 임 전 이사장이 수사 관계자도 아닌데 어떻게 전직 대통령 차명계좌 관련 정보를 얻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만약 이 전 중수부장과 홍 전 수사기획관이 수사 내용을 발설했다면 피의사실 공표로 처벌 대상이 된다.

또 조 전 청장의 발언은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해 들었다는 ‘전문’(傳聞)으로 형사소송법상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다만 이번처럼 공판준비기일이나 공판기일에 피고인의 진술을 적은 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재판부가 조 전 청장과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임 전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만큼 향후 재판 과정이 주목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3-04-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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