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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힘들어”…80대 노부부 저수지서 자살

“치매 힘들어”…80대 노부부 저수지서 자살

입력 2013-05-14 00:00
업데이트 2013-05-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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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내외 뿌리치고 4년간 아내 대소변 전담

치매 아내를 4년 동안 간병해온 80대 할아버지가 아내를 태운 승용차를 몰아 저수지로 뛰어들었다.

지난 13일 오후 4시 20분께 경북 청송군 부남면 중기리 국골저수지에 “승용차 한 대가 저수지에 빠져있다”고 산불 감시요원 정모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20여분만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로 125m, 세로 42m, 수심 3m의 저수지에 빠진 비스토 승용차 안에서 숨진 80대 노부부를 발견했다.

2시간여 만에 인양된 노부부 신원은 이 마을에 사는 이모(88) 할아버지와 부인 채모(83) 할머니로 확인됐다.

이 할아버지는 자살하기 전 자신의 방에 3형제인 자식들에게 A4 용지 1장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서 ‘미안하다. 이제 다시 못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너무 힘들다. 내가 죽고나면 (아내가) 요양원에 가야하니까 내가 운전할 때 같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이 할아버지는 막내아들 내외와 함께 살았지만 4년전부터 주로 저녁에 찾아오는 할머니의 치매 증세를 견디기 힘들어 했다는 것이다.

채 할머니는 4년전 건강검진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약물치료를 받아왔지만 요양원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치매 증상이 아주 심하진 않았지만 저녁에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과농장에서 일하는 막내 아들 내외가 어머니(채 할머니)를 정성껏 돌보려고 나섰지만 이 할아버지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이 할아버지는 아내의 뒷바라지를 전담해왔다. 자식들이 절대로 방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정도로 혼자서 아내의 병 간호는 물론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했다.

또 아내가 요양원에는 절대 갈 수 없다는 말에 “절대 그러지 않겠다”며 묵묵히 간병을 해왔다.

특히 이 할아버지는 혹시나 먼저 세상을 떠났을 경우를 염려하면서 아내가 요양원에 가야하는 상황을 항상 걱정했다고 한다.

큰 아들과 둘째 아들 내외는 타 지역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족조사 결과 “할머니가 낮에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할아버지의 자살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유서에서 자식들, 며느리들, 손주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이 길이 아버지, 어머니가 가야할 가장 행복한 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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